「핵공포」 탈피의 큰걸음 내딛다/미·러 핵무기 대폭감축합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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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2-06-18 00:00
입력 1992-06-18 00:00
◎미 전략우위 여전… 신국제질서 주도 예상/러선 핵카드 내세워 경원현실화에 역점

미·러시아 정상회담이 양국의 보유핵무기를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에서 합의된 수준보다 절반이상을 더 감축키로한 것은 냉전시대 핵대결의 국제질서가 종식되고 핵공포로부터의 해방을 향한 거대한 시발점으로 평가된다.

부시·옐친의 이번 핵무기 추가감축합의는 핵대결의 절대적 규모를 획기적으로 했다는 외형적인 평가와 함께 한편으로는 미국의 대러시아 전략우위구도가 사실상 보장되고 있다는 점에서 21세기의 국제질서가 미국을 중심축으로 운영될 것임을 예고해주고 있다.

START가 15년간 끌어온 협상끝에 가까스로 양국의 핵탄두를 4분의1정도 줄이기로 했던데 비해 이번 추가감축은 불과 5개월여 협상으로 3분의2를 줄이게된 셈이다.

이번 감축은 1·2단계로 나눠지는데 1단계에서는 미국이 탄두수를 4천2백52개로,러시아는 3천8백개로 줄이며 이중에는 1천2백50기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6백50기의 중형미사일,2천2백50기의 잠수함발사미사일(SLBM)이 포함된다.2단계는 중형미사일의 전면감축과 지상발사미사일의 대폭감축,SLBM의 1천7백50기로의 축소를 내용으로하여 미국이 3천5백기로,러시아가 3천기로 감축하는 것이다.

이같은 감축내용은 양적인 면에선 미국이나 러시아가 동등한 것으로 이해되지만 질적인 면에서는 단연 미국이 전략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있다.

백악관의 고위관리는 이번 추가감축합의에 대한 배경설명을 통해 러시아는 2단계 감축과정에서 다탄두대륙간탄도미사일인 SS­18,SS­19,SS­24장착 핵탄두 전량을 폐기하게 될것이라고 밝히고 있다.한개의 미사일에 10∼14개의 핵탄두를 탑재해 미국의 여러 도시를 동시에 공격할 수 있는 공포의 이 미사일을 모두 폐기한다는 것은 러시아의 핵무기 주력을 제거한다는 것과 다름없다.반면 미국의 주력핵전략무기인 잠수함발사미사일은 2단계감축후에도 1천7백50기의 탄두를 보유하게 됨으로써 미국이 전략적 우위를 확보한다고 보는 것이다.

부시대통령이 회담직전에 미국은 대러시아 「전략균형」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한 것이나 백악관 고위관리가 「1대1의 대칭적」감축의 낡은 방식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한 것은 미국이 이제는 절대적 전략우위를 구축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옐친이 회담후 회견에서 이번 합의가 어느 누구에게도(전략적)우위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애써 강조한 것은 이러한 미국의 우위를 역설적으로 입증한 것으로 생각된다.

이쩌면 이번 부시·옐친회담은 러시아측이 핵카드를 이용해 경제지원을 끌어내겠다는 복안이 현실화된 것에 불과할지 모른다.

이번 회담에서 주목되는 대목은 「국지적 핵공격에 대한 범지구적 방어망」(GPALS)구축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이를 위해 양국은 물론 다른 동맹국들과 함께 공동협력을 하기로한 것이다.이 개념은 제3국으로부터 국지적 핵공격이 있을 경우 서로 협력하여 요격하는 것은 물론 위성등을 통한 우주감시,조기경고,그리고 대전술미사일방어작전을 전개한다는 것인데 이는 이라크·북한등의 핵무기 개발을 염두에 두고 미리부터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되고있다.1차정상회담 후의양국정상발표땐 북한의 핵개발저지에 대한 언급이 없었지만 17일 공동성명발표시엔 구체적인 언급이 있을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워싱턴=이경형특파원>
1992-06-18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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