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총장실에 못질이나…(사설)
수정 1992-04-10 00:00
입력 1992-04-10 00:00
직접동기는 등록금 미납자를 제적하기로 한 방침에 반발한 것이라고 한다.학생이 학생임을 유지하기 위해서 제일 우선적인 요건은 「등록」을 해야한다.등록은 소정의 등록금을 내는 것으로 효력을 발생시킨다.그러므로 등록금을 소정기간 안에 내지 않으면 제적을 당한다.그것은 학칙에 명시된 사항이다.따라서 원론적으로만 이야기하면 정해진 등록금을 지정한 방식대로 내지 않은 학생들은 제적에 합당한 사유를 지니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우리가 일부 중대생들의 이 집단행동에 유감을 표하는 것은,학교측의 「제적조치」안이 합당한가 아닌가에 있는것만은 아니다.
애당초 이학교 학생들이 불만을 품고 투쟁의 기치를 쳐들게 된 것은 이 학교가 대학평가과정에서 「C급」판정을 받았던 일이 빌미가 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재단이 제구실을 못했고,재단으로 하여금 역할을 다하도록 이끌어내지 못한 대학측에 항의를 한것이 「투쟁」의 출발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대학이 「좋은 등급」을 받기 위해서는 재단의 기여와 대학측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학생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가장 확실한 사실은 『좋은 학생들이 많을수록 좋은 학교가 된다』는 점이다.걸핏하면 총장실에 뛰어들어 못질이나 땅땅 해대고 소중한 스승의 집기를 끌어다가 아무렇게나 연못에 처박는 따위의 짓을 서슴지않는 학생들이 있는 학교라면 더 좋은 등급을 받기는 어렵다.
대학을 구성하는 재단과 학교 학생의 3대 축이 합심하여 비상한 노력을 기울여야만 대학의 후진성은 개선될수 있고 발전은 이뤄진다.스승의 방을 예사로 짓밟고 기물을 부숴가며 폭력적인 투쟁을 일삼는 부도덕하고 도리에 어긋난 학생들이 캠퍼스를 혼란시키고 있는 동안에는 발전은 커녕 나날이 뒷걸음질 칠수 밖에 없다.
더구나 현재의 총장은 민주적 방식으로 선출된 첫 총장이다.그 총장을 가장 비민주적인 방법으로 핍박하는 「투쟁」방식은 그 자체가 시대에 뒤떨어지고 정당하지 못한 행동이다.
등록금문제의 경우,같은 경우로 볼수 있는 외국어대에서의 해결방법이 좋은 보기가 될수 있을 것이다.학생회가 받은 등록금을 학교에 전입하고 집단분할 납부방식으로 보완키로 하여 대량제적사태를 모면한 것으로 알려졌다.중대생들이 느닷없이 파괴적 투쟁으로 돌입한 것은 「등록금문제」를 투쟁명분으로 악용한 인상을 받을 뿐이다.불과 얼마 안되는 학생들의 투쟁놀이에 대학이 볼모잡혀 끝없는 소요속에 휘말리는 일은 불행한 일이다.이런 학생집단은 대학으로부터 분리되는 것이 대학을 발전시키는 길일 것이다.투쟁권 학생들의 충동에 말려들어 「제적」위기에 있는 학생들은 지금이라도 학교측 방침에 따르도록 하고,재단과 대학과 학생들이 머리를 맞대고 대학발전대책을 모색하기 바란다.
1992-04-1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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