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언내언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수정 1992-03-09 00:00
입력 1992-03-09 00:00
구글에서 서울신문 먼저 보기
낭중취물.관우가 조조에게 장비를 추켜 세우면서도 이말을 쓴다.『내 무예쯤 아무것도 아니지요.내 아우 장비는 싸움터에서 적장 모가지 베기를 낭중취물하듯합니다』.주머니속 물건을 꺼낸다는 뜻이니 『누워서 떡먹기』며 『땅짚고 헤엄치기』.아주 쉬운 일을 가리키며 쓰인다.◆호남쪽 국회의원(지방의원도 같았지만)선거가 그랬다.노랑 깃발만 들었다 하면 금배지 달기는 낭중취물에 다를 바 없었던 것.사람됨을 저울질한다기보다 깃발쪽을 보았다고 함이 옳다.「지도자」를 믿었고 그에게 날개를 달아주자는 뜻이기도 했다.영광∼함평보선 때는 지역감정 해소책의 일환이라면서 영남쪽 인사에게 노랑 깃발을 들렸다.물론 그도 당선된다.◆그같은 등식이 이번 선거에서도 통하게 될 것인가.누구는 그렇다 하고 누구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지도자」의 행각에 비판이 따르기도 하지만 막판에 그가 나서서 바람몰이를 하면 그 기세를 누가 당하겠느냐는 낙관론이 『그렇다』쪽.그에 대해 『그렇지 않다』쪽은 기대가 컸던만큼 실망도 큰 이반이 적지 않다고 맞선다.13대 총선같을 수는 없다는 뜻이다.◆이 『그렇지 않다』를 밑 받치는 모임이 있었다.6일에 있었던 광주지역 법조계·학계·재야 등 「1천명의 광주시민 모임」.그들은 광주시민대표 1명을 이번 총선에 출마시키겠다고 선언한다.그러면서 지난날의 「노랑 깃발」을 겨냥하여 일갈한다.­『선거철만 되면 광주를 노루뼈 우려먹듯 이용하고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오만으로 가득차 시민을 얕잡아보고 있다』고.광주시민의 자존심 선언으로 비친다.◆그들이 출마시키겠다는 사람은 「양심선언」으로 감사원을 그만둔 이문옥씨.출마한다면 「노랑깃발」로서는 큰 짐이 된다.어쨌거나 낭중취물의 시대는 지나간 듯이 보인다.당연히 그래야 한다.
1992-03-09 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