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지강화 노린 정치적 제스처/옐친의 경제개혁조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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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1-10-29 00:00
입력 1991-10-29 00:00
◎기존 공약 “되풀이”… 시행방안 없어/올 식량·연료난 해결책도 언급 안해

옐친 대통령이 29일 발표한 비상조치내용들은 경제난 타개를 위한 조치라기 보다는 러시아공화국의 독자적 위상과 옐친 자신의 입지강화라는 정치적 의미를 더 강하게 함축하고 있는 것 같다.

우선 연방총리로 자리를 옮긴 이반 실라예프 러시아총리의 후임을 임명치 않고 자신이 러시아내각을 직접 관장하겠다고 한 것은 「초법적」방법으로 러시아공화국의 전권을 장악,명실상부한 대러시아공화국의 통치자임을 대내외에 과시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이와 함께 중앙은행격인 공화국간은행을 새로 창설하자고 제안하고 현재 자체통화발행 움직임을 보이는 우크라이나등 몇몇 공화국에 대해 이를 즉각 중지할 것을 경고했다. 만약 자체통화발행을 강행할 경우 러시아도 자체통화를 발행하고 여타 공화국들에 대해서는 관세적용 등 경제적 보복을 할 뜻을 비쳤다.

독립을 추구하는 연방공화들에 대해 경제협정의 테두리내에 잔류할 것을 경고하는 한편 러시아의 위상만은 한껏 강화시키겠다는 의도인 셈이다.

당초 기대됐던 경제난 극복을 위한 조치는 극히 기대밖의 수준에 머문 감이 있다. 가격통제 철폐·자유기업의 장애 폐지·루블태환화 단계실시·대외차관 및 지원동결 등은 수차례 되풀이 공약돼온 사항들로서 구체적 시행방안이 추가되지 않은채 「재탕」돼 발표됐다.

오히려 급진개혁의 첫 단계조치인 가격자유화실시로 국민들의 고통이 뒤따를 것이라며 내년 가을까지 국민들이 인내해줄 것을 요구했다.

겨울을 앞두고 예상되는 식량난·연료난에 대한 대책이 전혀 언급되지 않은 점을 들어 일각에선 옐친이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이기동 모스크바특파원>
1991-10-29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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