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을 위한 대행진(사설)
수정 1991-07-16 00:00
입력 1991-07-16 00:00
통일대행진에 대한 우리정부의 구상을 보면 남북의 각계각층과 해외동포를 망라한 남북 각1천명씩 2천명으로 통일행진단을 구성하되 쌍방정부의 지원과 보장아래 민간기구의 주도로 추진하게 되어 있다.북한의 「국토종단순례」계획과 거의 같은 내용이다.차이가 있다면 이행사에 대한 정부의 역할이다.북한은 이른바 「범민련」이라는 친북단체를 조종하면서 국토종단 순례행사를 이미 그쪽부터 시작했으며 순례가 끝난뒤 우리정부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서울에서 「범민족대회」를 갖겠다고 고집하고 있다.우리정부가 이를 거부하자 북한 당국은 「민간 통일운동탄압」 운운의 논리를 내세워 극렬한 대남비방과 선동을 일삼고 있다.
우리는 북한의 이같은 태도를 지켜보면서 남북양측 정부의 지원과 보장없이 남북관계 개선이나 민족동질성회복을 위한 행사와 운동이 어떻게 가능할 수 있으며 설사 어느 한쪽 정부를 제쳐놓고 이런 행사와 운동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그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를 생각해 보았는지 묻고 싶다.오히려 불신과 갈등의 폭만 넓힐뿐이다.따라서 우리는 북한이 지금이라도 국토종단순례계획을 포기하고 우리정부의 제의에 호응해줄 것을 바란다.남북이 서로의 체제를 인정하고 비방과 선동을 중단한뒤 통일대행진을 함께 추진하고 실현시킨다면 남북한의 유엔동시가입은 크게 빛날 것이며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위한 획기적인 기틀도 마련될 것이다.
북한이 내부사정때문에 통일대행진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면 이것을 제외하고 서울과 평양을 오가면서 펼쳐질 「통일문제대토론회」나 판문점에서의 「통일문화축전」등 우리정부의 제의를 선별적으로 수용해도 좋을것이다.우리정부는 남북관계개선과 민족동질성회복을 위한 것이라면 북한의 선별적수정제의도 받아들일 용의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남북이 함께 풀어야할 또하나의 과제는 이산가족의 슬픔을 덜어주는 일이다.지금 남과 북에는 1천만 이산가족이 뼈저린고통과 불행을 겪고 있다.이들의 슬픔을 외면하고서는 통일의 길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따라서 우리정부가 올 추석(9월22일)을 기해 70세이상의 이산가족만이라도 고향을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게 하자는것은 어떤 명분으로도 거부할 수 없는 인도적인 제의이며 북한도 흔쾌히 호응해야 한다.이제 통일은 관념적인 명분이 아니라 실천적 의미를 갖는 현실적과제로 대두되고 있다.북한의 당국자들도 이 엄연한 현실을 직시해야 하며 이것만이 통일을 앞당길 수 있는 지름길임을 명확히 인식해 주기 바란다.
1991-07-16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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