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재·인력난 구실,안전 “허술”/신도시아파트 부실공사 안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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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1-06-26 00:00
입력 1991-06-26 00:00
◎염분골재·저질 시멘트·녹슨 철근 사용/공기 맞추기 급급… 품질검사도 형식적/수도권 레미콘 업체 92곳중 24곳이 KS표시 허가 없어

집없는 사람에 꿈을 줄 것으로 기대됐던 신도시 건설이 엉뚱하게도 엄청난 불안을 몰고 오고 있다.

소문으로만 나돌던 신도시아파트 부실공사가 사실로 드러남으로써 신도시와 직접관련이 없는 사람들까지도 우려와 분노를 삭이지 못하고 있다.

건설부가 때늦게 신도시 일제점검에 착수했지만 이번 신도시 부실공사의 근본배경인 자재난이 쉽사리 해결될 것 같지 않은 상태에서 아파트 부실공사가 또다시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이 더욱 큰 문제가 되고 있다.

부실공사가 이루어진 신도시아파트단지에는 공사가 중단된 채 문제의 층이나 기초가 철거돼 철근 구조물만 앙상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으며 전체 신도시 현장에도 건설부·공진청·경기도 관계공무원 등으로 구성된 신도시 품질관리 점검반들이 투입돼 종합적인 공사실태를 조사하고 있다.

이번 신도시아파트 부실공사 문제는 진성레미콘측이 뒤늦게 불량레미콘 제조사실을 확인하고 건설회사에 통보,부실 층이나 기초를 철거하면서 드러났지만 이 문제가 빙산의 일각이라는 시각에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번 문제가 발생한 것은 무엇보다도 인력 및 건자재 수급대책도 없이 주택 2백만가구 건설을 무리하게 추진한 데서 그 근본원인을 찾는 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특히 건자재난에 따른 불량 건자재를 무분별하게 사용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이번 부실시공의 주범인 진성레미콘의 불량레미콘이 나오게 된 요인과 현장에서 이를 사용한 과정 등을 캐보면 이러한 원인분석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원인분석은 앞으로 남은 신도시아파트 건설공사의 길잡이가 되고 다른 지역의 주택건설의 부실을 막는데 적잖은 시사점을 준다는 점에서 일과성의 조사보다는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철저한 검증이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까지 알려진 신도시아파트 부실공사의 원인은 불량레미콘을 공급한 진성레미콘의 컴퓨터 조작잘못이 직접적이라는 것이 다수설이며 진성측이 시멘트 배합량을 고의적으로 줄인 데서 비롯된 것이 아니냐 또는 바닷모래나 부식된 철근을 사용했기 때문이라는 등의 의문점도 나오고 있다.

공업진흥청의 조사결과 사고가 난 지난 5월8,9일 진성레미콘측이 철도청의 급한 주문으로 문제의 불량레미콘을 생산하기 직전에 강도 1백㎏의 바닥 콘크리트용 레미콘을 생산했고 그 작업이 끝난 뒤에 강도 2백10㎏의 레미콘 생산에 들어갔으나 계속 1백㎏의 강도가 나왔다는 데서 컴퓨터 조작잘못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또 문제의 레미콘이 생산되는 날 2백10,1백㎏ 강도 외에도 강도 1백80∼2백70㎏ 등 다양한 레미콘이 생산된 것도 회사측 주장이 사실임을 입증한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강도 2백10㎏의 레미콘 배합생산과정에서 기준에 턱없이 미달되는 레미콘이 과연 컴퓨터 조작잘못으로 만들어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일부의 의혹대로 진성레미콘측이 건자재난을 틈타서 시멘트 배합량을 고의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개연성에서 나온 것기다.

또 건설업체나 건축주들이 건자재난으로 레미콘 확보에 혈안이 돼 웃돈을 주거나 뒷거래를 하고있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레미콘업계에서는 이에 대해 일부의 의혹대로 시멘트량을 줄이려 했다면 강도를 2백10㎏에서 1백30㎏로 80㎏이나 차이가 나게 하지 않게 했을 것이라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여러 강도의 주문에 10∼20㎏씩 낮추어 생산,눈에 안 드러나게 했을 것이라는 풀이다.

따라서 많은 양의 주문을 소화하다보니 컴퓨터에 의한 건자재 배합조직에서 착오를 일으킬 수도 있다.

건설업계 일부에서는 이보다는 고층건물의 공사에서는 강도 높은 레미콘을 사용하기 때문에 레미콘 자체가 부드럽지 못해 펌프를 통해 높은 공사현장에 퍼넣는 데 원활히 하기 위해 사용하는 첨가제 「유동화제」를 필요량 이상 사용하는 데서도 부실공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유동화제를 너무 많이 사용할 경우 레미콘이 굳는 속도가 더디고 강도도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서도 유동화제가격이 시멘트가격보다 비싸기 때문에 원가를 낮추려는 입장에서는 설득력이 적다는 부정적인 견해가 나오고 있다.

레미콘업계에서는 오히려 현장의 인부들이 레미콘을 필요한 건축부위에 퍼넣기 쉽게 물을 많이 추가,레미콘을 물게 하는 경향도 부실공사를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밖에 공급량이 부족해 바닷모래를 소금기를 제대로 씻어내지 않고 사용하거나 남미·터키 등에서도 수입되는 철근도 수송 도중에 부식되고 질도 떨어져 부실공사의 우려를 높게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아무튼 이번 사고의 원인에 대한 정확한 규명이 공업진흥청의 조사로 조만간 이루어지겠지만 그 원인이 어디에 있든 근본원인은 건자재·인력난과 이에 따른 품질에 대한 업체나 관계당국 등의 검사·관리 및 감독소홀에 있음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실제로 올해 시멘트 수급전망을 보면 4천4백3만t의 소비에 국내 공급분이 4천3만t에 불과,모자라는 4백만t을 초기 응고속도가 느린 중국산 시멘트를 수입,사용하고 있다.

또 골재도 올해 수요예상량이 1억6천2백6만5천㎥로 지난해보다 18.2% 증가했으며 이에 따라 특히 모래의 경우는 하천모래의 공급량이 부족,제대로 씻지 않을 경우 철근을 부식시켜 건물에 금이 가게 하는 바닷모래 사용량이 지난해 전체의 27%에서 올해 31%로 늘어날 전망이다.

철근도 올해 국내수요량 5백57만3천t 중 60만t을 수입해야 할 상황이다.

또 문제의 진성레미콘이 수도권 레미콘업계 중 상위에 속하는 생산능력과 기술을 갖추었고 부실공사를 한 건설업체들도 주택업계에서는 선두그룹이라는 점에서 그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

레미콘업계의 경우 수도권에 92개 업체가 있으나 이중 한국공업규격(KS) 허가업체가 아닌 데가 24개에 달해 감독기관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주택건설업계도 강도 등 품질검사기구를 대부분 갖추고 있으나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거나 문제를 발견하고도 그냥 넘어가는 경우도 없지 않은 것으로 지적된다.

정부가 국민에 대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주택 2백만가구 건설을 추진하는 것도 좋지만 이를 무리하게 몰아치는 것은 건설업체들이 공기를 맞추는 데 급급,품질에 관심을 기울일 여유를 없게 하고 마감공정이 소홀히 돼 적잖은 부실시공의 우려를 안고 있는 것이다.

입주 전에 이러한 부실공사가 발견됐다는 점에서 천만다행이지만 미처 드러나지 않은 부실아파트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신도시아파트에 대한 철저한 안전진단과 함께 이를 계기로 전반적인 주택건설에 대한 과학적이고 예방적인 품질관리의 강화 및 감독이 이루어지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높다.<채수인 기자>
1991-06-26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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