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언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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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1-03-03 00:00
입력 1991-03-03 00:00
1969년의 8월22일 새벽. 중미 니카라과 연안에서 1백21㎞ 떨어진 해상을 「페더럴 나가다」호가 항해중이었다. 이 배에 타고 있던 한국인 선원 김정남씨가 실족,바다로 떨어진다. ◆그는 13시간 남짓 바다위를 떠다녔다. 지쳐서 몽롱해져 가는 정신. 그 시야로 커다란 거북이 들어왔다. 그는 그 등에 올라탄다. 그러고서 다시 정처없는 표류 2시간. 미참 그를 발견한 스웨덴 화물선 시타텔호에 의해 극적으로 구출된다. 아들을 바다에 내보낸 그의 어머니는 바닷가에서 새벽마다 정한수 떠놓고 용왕님께 아들의 무사를 빌었던 터. 그 정성이 전달되었던 것일까. ◆이 소식은 전파를 타고 세계로 번졌다. 이같은 기적은 1백만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라고 신기해 한 것이 그때의 보도. 그런데 1백만년 아닌 20여년후에 똑 같은 기적이 다시 일었다. 그것도 한국인 선원에게. 그는 한국어선 메인스타호에 타고 있던 임강용씨. 지난달 방글라데시 치타콩항 남쪽 1백30㎞ 해상을 항해하던중 파도에 휩쓸려 바다로 떨어진다. 용케 거북을 발견하여 그 등에 업힌채 표류하기 6시간. 수색 동료들에게 발견되어 구출된다. ◆66속 2백30여종으로 나뉜다는 거북. 그 거북을 영적인 동물로 생각하는 것은 세계가 거의 공통된다. 특히 바다 거북은 대지창조의 신화에서 독자적 지위를 차지한다. 인도 같은 나라에서는 지구가 커다란 거북을 타고 있다는 전설이 내려올 정도로. 두 선원을 구한 바다거북은 태평양·대서양·인도양 등에 널리 분포되어 있는 장수거북인 것으로 것으로 생각된다. 이 종류가 거북 중에서 가장 큰 것. 등갑의 길이가 2m를 넘는 것도 있다. ◆여러나라의 전설·민담에서 바다속 용왕님의 사자로 되고 있는 거북. 우리 「별주부전(토끼전)」같은 것도 그것이다. 그런데 타고서 목을 잡고만 있으며 바다 위를 떠다닐뿐 용궁으로는 안가는 모양. 희한한 기적도 많은 세상이다. 토끼 용궁에 갔다온 느낌일 임씨의 생환이 기쁘다.
1991-03-0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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