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길목에 선 세계(사설)
수정 1991-01-16 00:00
입력 1991-01-16 00:00
오로지 결전과 향전을 서로 다짐하는 속에서 우리는 의료지원단을 사우디에 보냄으로써 유엔의 결의에 동참,우선 인도적인 지원으로 페만전에 간접참여를 한 셈이다. 이제부터 우리의 선택의 폭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 전쟁이 터지고 장기화되면 될수록 경제적 어려움은 가중되고 군사·외교적인 측면에서도 예측치 못했던 새로운 현실에 부딪힐 수도 있을 것이다. 때문에 우리는 아직도 한가닥 남은 평화의 가능성에 기대를 걸며 협상을 위한 프랑스와 아랍제국의 활약에 기대해 본다.
부시 대통령은 미국과 유엔이 설정한 이라크의 쿠웨이트 철수시한이 미군과 다국적군의 대이라크 공격개시의 시한은 아니라고 천명한 바 있다. 따라서 16일을 고비로 당장 전쟁이 발발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쌍방이 사실상의 선전포고를 한 상태에서 단 한걸음의 양보도 없는 완전무장의 대치상황이 무작정 계속될 것으로는 누구도 보지 않을 것이다.
사태가 파국으로 끝장이 난다면 그것은 결과 여하를 불문하고 누구의 승리도 아닐것이며 오직 한가지,세계의 패배만이 남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태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 안타까울 뿐이다.
부시 대통령은 이미 체념의 상태에서 개전준비에 착수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중요한 것은 평화적 방법에 의한 해결의 노력이 중단되어서는 안될 것이란 점이다.
사태의 발단은 이라크의 쿠웨이트 점령에 있고 그것은 이라크측의 어떤 주장과 명분에도 불구하고 부당한 것임에 틀림없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의 원상회복 요구는 전적으로 온당한 것이다.
세계는 지금 워싱턴과 바그다드를 번갈아 쳐다보면서어떤 희망의 소식이 들리지 않을까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 페만의 전쟁은 결코 그곳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는데 문제가 있다. 그곳에서 나오는 석유 때문만은 아니다. 세계곳곳에서 그간 경험한 테러의 본산지도 그곳이요,앞으로 국경과 종교를 둘러싼 전쟁또한 그곳에서 비롯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그곳에서 70% 이상의 석유를 공급받고 있고 건설 교역 등 여러면에서 경제적 유대가 깊다는 점이다.
이제 유일의 희망은,대단히 「희박하고 희망적」인 것이지만,철수요구시한이 지난 다음의 극적인 이라크의 철수발표 가능성이다. 페르시아만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 하는 것은 91년의 세계운명은 물론 21세기를 지향하는 새 세계질서의 향방을 결정적으로 좌우하게 될 것이다.
1991-01-16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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