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문날인은 반드시 철폐돼야(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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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0-11-21 00:00
입력 1990-11-21 00:00
재일동포에 있어서 가장 근본적인 차별해소책은 지문날인을 철폐하고 지문이 찍힌 외국인등록증을 휴대하지 않아도 되도록 하는 일임을 우리는 한일 정부간의 현안인 동포의 법적 지위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주장해왔다. 그런데 이 문제의 타결시한이 두달 남짓밖에 남지 않았음에도 일본정부의 태도는 무성의로 일관하고 있는 것 같다.

한일 양국은 19일 실무국장회담을 갖고 지문날인제 철폐,외국인등록 증상시휴대에 대한 대체수단강구 등 이른바 「4대악제도」의 개선안을 1,2세에게도 확대적용하는 문제를 협의했으나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 일본측은 대체수단이 마련될 때까지 지문날인 및 외국인등록증 휴대를 계속 적용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는 것이다.

지난 4월 두 나라 외무장관은 재일동포 3세에게도 협정영주권을 인정하고 지문날인을 폐지하는 등 일부 사항에 합의했으나 이것들이 3세에게만 국한하는 데 반발하는 움직임이 일자 일본정부는 이를 1,2세에게도 적용토록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한 바 있다. 그러한 개선약속이 지문날인 계속이라는입장으로 둔갑해버린 것이다. 일본정부는 일본 거주 외국인 모두에게 적용하는 지문날인을 한국인이라 해서 면제할 수 없다는 태도다. 지문날인은 행정상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행정적이고 사무적인 사안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역사적·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일이라는 게 우리의 한결같은 시각이다. 재일동포들은 일본에 정주하기를 원해서거나 그곳에 일정기간 체류할 목적으로 거주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 가운데 20%는 일제시대에 강제징용으로 끌려갔거나 식민지 수탈정책에 희생된 사람들이며 80%는 그들의 후손으로 일본에서 살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난 사람들이다. 그러나 일본은 전쟁에 패하자 일본 국적을 박탈하고 단순한 외국인으로 취급하는 등 배타적 차별대우를 해오고 있다. 그럼에도 그들은 납세 등 의무는 일본인과 똑같이 다하고 있다. 더구나 일본정부는 일본인과 동일한 대우를 받기를 원한다면 귀화하라는 입장이라고 한다. 이는 한국인의 뿌리를 송두리째 뽑으려는 민족성 말살정책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오는 26,27일 이틀간 서울에서는 제15차 한일 정기각료회담이 예정돼 있다. 두 나라 실무자회담은 이 각료회담에서 이들 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진전이 이뤄져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들린다.



우리는 재일동포 차별이 행정적·법적 차원을 떠나 인도적·도덕적으로 용인될 수 없는 일임을 재삼 강조하면서 정부는 이번 각료회담에 단호한 자세로 임해 타결시한인 내년 1월16일까지 전향적인 매듭을 짓겠다는 약속을 받아낼 것을 당부한다. 거의 반세기가 지났음에도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마당에 한일간의 우호관계는 진정한 것이라고 우리는 보지 않는다. 재일한국인 지위문제는 우리가 일본정부로부터 시혜받는 게 아니라 당연한 권리의 주장인 것이다. 조국만을 쳐다보는 동포들은 이번 회담에서 구체적인 개선약속이 없으면 지문날인거부운동을 펴겠다고 한다.

70만 동포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우리는 일본정부의 미온적인 태도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1990-11-2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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