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언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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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0-11-17 00:00
입력 1990-11-17 00:00
어느날 안연과 자로가 공자를 모시고 있었다. 공자가 그들에게 바라는 바를 말해보라고 한다. 『원컨대 선행을 자랑하지 않고 힘드는 일을 남에게 시키지 않고자 합니다』(원무벌선,무시노). 안연이 한 말이다. ◆『선행을 자랑하지 않고…』. 이 말은 성경 마태복음 6장과 통한다. 그 1절은 『사람에게 보이려고 그들 앞에서 너희 의를 행치 않도록 주의하라…』고 가르치고 있지 아니한가. 그 다음 3∼4절이 널리 알려진 명구. ­『너는 구제할 때에 오른손의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 네 구제함이 은밀하게 하라. 은밀한중에 보시는 너의 아버지가 갚으시리라』 ◆사람들의 선행을 크게 나누면 두 가지. 널리 알려져서 남으로부터 칭송을 받기 위한 것과 그렇지 않고 그저 선행을 위한 선행을 하는 경우이다. 이 두 경우도 공리적인 측면에서는 더 세분될 수가 있다. 전자의 경우야 본디 세속적인 공리성을 띠는 것이니 더 말할 것이 없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도 「아버지의 갚음」같은 공리성이 아주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 해도 전자와는 그 질이 달라지는 것. 사실,심리적 대상까지도 느끼지 않는 선행이란 사람으로서는 어려운 것이리라. ◆한 「60대 후반」의 선행이 알려진다. 온통 범죄 소식으로 스산해진 마음을 포근히 감싸주는 청량제. 더구나 그는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채 평생 모은 재산 30억을 충남대학에 내놓고 있다. 후세교육 위해 값지게 써달라면서. 30억이 어디 적은 돈인가. 이런 독지는 신문ㆍ방송에 이름 나고 얼굴 나는 「선행」과는 크게 달라진다. 「왼손」도 모르게 「아버지」만 알게 한 순수함 때문이다. 그래서 향기가 짙다. 듣는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천사와 악마의 두 얼굴을 갖는 것이 돈. 사람을 악마로 만들기도 하는 돈이건만 천사의 품에서 풀려나면 훈풍과도 같아진다. 우리 사회가 뻗어나고 밝아지는 것은 크고 작은 「K씨」들에 연유하는 것. 「K씨」의 여생에 부디 만복이 함께하길.
1990-11-1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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