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은 그치고 대화는 시작하라(사설)
수정 1990-10-11 00:00
입력 1990-10-11 00:00
개원 이래 단 하루도 회의다운 회의를 열지 못한 국회는 한달 이상 공전을 거듭하더니 또다시 세번째 휴회를 결의했다. 게다가 보안사 사찰사건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정국은 그로 하여 지금 회오리바람까지 불고 있는 형국이다.
경색정국에 무언가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겠느냐는 기대마저 외면된 채 평민당의 김대중 총재가 단식에 돌입한 것도 예삿일은 아니다. 추찰컨데 김 총재는 오늘의 정치부재사태에 대한 일면의 책임을 느낀 데다 평민당 주도의 야권통합을 이루려던 전략이 주효하지 못한 데서 단식을 결행할 수밖에 없었던 듯하다.
그러나 김 총재는 단식결행 이전에 정국의 정체현상과 안팎의 정세,그리고 정치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욕구가 무엇인가를 냉정히 살폈어야 했다. 단식투쟁이 의회민주주의라는 정치적 환경에서 과연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겠는가를 깊이 생각했어야 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인들은 지금 정치권 전체가 국민으로부터 엄청난 비극과 불신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정국이 이에 이른 데 대한 책임은 물론 여야가 나눠 가져야겠지만 현재로서 여당은 그동안 정국을 풀기 위한 노력이나 뚜렷한 방안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보다 책임을 느껴야 한다.
솔직히 얘기하자면 민자당은 집권당으로서의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 시간이 가면 해결되겠지 하면서 야당이 장외투쟁에 지쳐 제발로 등원하기만 바랐는지 모른다. 민자당이 좀더 일찌감치 사퇴정국을 수습하려는 노력과 의지를 보였다면 정국이 이 지경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야당의 책임도 크다. 야당이 여당에 느꼈을 법한 무력감과 불신감을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또한 지자제 실시나 내각제 포기문제는 투쟁목표로서는 명분도 갖는다. 그러나 그 투쟁은 국회 안에서 민주적인 방법으로 펼쳐야 명분도 살리고 실리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대개 정치인의 활동은 원 내외를 가리지 않되 의원의 국정활동은 민의의 전당인 국회 안에서만 가능하고 보다 효과적이다. 장외에서 대중에 호소하거나 극한 투쟁방법으로 가능하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야당은 모름지기 국회에 들어가 의회주의원칙과 의정의 테두리 안에서 보다 정정당당한 논리와 주장으로 나가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여야 어느 쪽도 의정의 무대를 떠나거나 의정을 포기하는 듯한 투쟁형식은 이제 그만둘 때가 되었다. 그런 점에서 김 총재 역시 오랜 정치지도자로서의 새로운 위치를 확립하여 야당을 이끌려면 단식같은 장외투쟁을 지양해야 할 것이다. 여당으로부터 어떤 명분이나 등원이유를 제공받겠다는 소극책이 아니라 의회주의원칙과 대도를 위해 과감히 등원하여 사태를 해결하겠다는 적극책을 보여주는 것이 정치의 발전과 야당의 앞날을 위해 바람직한 일이다. 그것이 또한 국민의 기대다. 김 총재는 우선 단식을 중지하는 결단을 보여야 한다. 그것은 자기 소모일 뿐 결코 최선의 투쟁일 수 없기 때문이다.
1990-10-11 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