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각기에 쌓여가는 정치 불신/최태환 정치부기자(오늘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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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0-08-07 00:00
입력 1990-08-07 00:00
요즘 우리 정가의 모습을 들여다보면 유별나게 계속되고 있는 폭염만큼이나 국민들의 마음을 짜증스럽게 하는 것 같다.

계절적으로는 정치방학으로 일컬어지는 「정중동」의 정치모색기라 할 수 있지만 고요속에 새로움이 추구되기 보다는 오는 가을정국에 뭔가 한바탕 폭발할 것 같은 불안감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중순 북새통속에 마감된 1백50회 임시국회때의 「살풍경」 연출이후 20여일간 여야 냉각기를 거쳤으나 어느 한구석에서도 원상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야는 장외투쟁을 통한 강경대응의 명분을 내세우며 「전의」를 더욱 확고히 하고 있고 여 역시 야권을 「원내」에 끌어들이려는 노력보다는 「거여」의 위세를 과시할 수밖에 없었던 자기논리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상대를 애써 무시하는 이같은 자기중심의 정치행태는 정치방학속에 이뤄지는 의원들의 귀향 활동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민자당의원들은 한결같이 지역구활동 내용에 대한 평가를 요구하면 『열심히 다니면서 주민들과 대화한 결과 지난 국회때 다수의 법안을실력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이해하더라』며 거여의 자존심을 과시하고 있는 반면 의사당을 뛰쳐나와 낭인생활을 하고 있는 야당의원들 역시 『의원직 사퇴서 제출에 대해 대부분의 국민들이 공감하고 있다』며 자신들이 유도한 거리의 정치를 강변하고 있다.

미래에 대한 비전 제시보다는 상대에 대한 흠집내기로 자신들의 정당성을 확인하려는 소아적 이기주의를 드러낼 뿐이다.

예년보다 극심했던 장마가 여러 지역을 강타했고 해양오염문제가 전 국민적인 화제가 되고 있음에도 불구,여야가 이마를 맞댄 진지한 대화의 장 한번 서지 않았다는 현실이 정국의 앞날을 더욱 비관적으로 전망하게 만들고 있다.

독일통일문제가 우리의 부러움과 연구과제로 떠오르고 있으나 지난 임시국회때 구성된 「통독조사단」은 민자당의원들만 참석하는 반쪽 조사단의 모습으로 오는 중순경 「지각」 활동에 나선다.

오는 정기국회에 대비한 자료축적이나 정책연구를 위한 정치방학이 아니라 빈껍데기뿐인 소모적인 정쟁의 정치휴지기를 마감했을 때 나타날 정국상황이 어떠할지 여야 정치인 모두 곱씹어볼 때다
1990-08-07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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