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만 재일동포의 고통 풀어줘야(사설)
수정 1990-05-01 00:00
입력 1990-05-01 00:00
문제의 본질을 제쳐둔 채 적당한 선에서 합의를 하는 것은 재일교포들에게 계속 고통을 줄뿐만 아니라 민족의 자존심마저 훼손당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미봉책보다는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는 것이 장기적인 안목에서 보면 양국의 우호선린을 강화시킬 것이다.
물론 이번 외무장관회담 자체가 오는 5월하순께로 예상되는 노태우대통령의 방일을 순조롭게 하기 위해 양국간의 현안문제를 사전에 조정하려는 목적으로 열렸다는 점을 모르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문제에 관한 한 그 근본원인이 일제의 침략에 있는 만큼 일본정부가 보다 책임있는 자세로 해결에 나서야 할 것이다. 따라서 보다 나은방법을 찾기 위해 노대통령의 방일이전 뿐아니라 일본방문에서나 그 이후라도 외교적 노력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 문제가 한일 양국간에 불행했던 과거사의 청산문제와 직결되고 있음을 강조하며 일본측의 보다 성의있는 노력을 촉구한다. 외무장관회담에서 노대통령의 방일때 아키히토일왕이 과거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사과표명을 하는 문제도 논의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일본도 과거청산에 관심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일본은 말로만 사과를 하는 데 그치지 말고 한걸음 더 나아가 행동으로 잘못을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그 핵심이 바로 재일교포의 법적지위문제이며 그 내용은 4대악의 철폐라고 믿는다. 교포3세 뿐만 아니라 60만교포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보다 구체적 개선방안이 나와야 할 것이다.
한일간에는 그 밖에도 고질적인 무역적자의 개선,첨단과학기술 분야에서의 협력,아시아ㆍ태평양지역협력 등 중요한 현안이 많다. 이런 문제들을 논의하고 합의해 가는 데 있어서 과거청산문제가 어떤 전제조건은 아니다. 또 과거보다 현재와 미래가 더욱 중요하다는 데 이의가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한일간에 있었던 과거의 앙금이 너무나 커 현재와 미래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문제에 대한 양국간의 감정적 앙금이 풀어지면 질수록 양국의 현재와 미래의 관계는 더욱 순탄해질 수 있다는 것을 한일 양국정부와 관계자는 이번을 계기로 명확히 인식해 주기 바란다.
60만명이나 되는 재일교포가 계속 고통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는 이런 앙금이 풀리기 어려울 것이다. 21세기를 앞두고 양국간 협력의 입지를 넓히기 위해 일본은 상응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해 재일교포 전체를 짓누르는 4대악의 철폐를 위한 정치적 결단을 내려 줄 것을 촉구한다. 우리 정부도 대통령의 방일이 계기가 되어 이만치라도 합의되었다는 자세에서 벗어나 과거청산문제에 대한 매듭을 짓는 데 총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1990-05-01 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