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입시 부활은 신중히(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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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0-02-11 00:00
입력 1990-02-11 00:00
노대통령은 고교입시의 단계적 부활을 지시했다. 「폐지」와 「계속」을 싸고 첨예하게 의견이 맞서오던 문제가 고교평준화 시책이다. 문교부와 교육자문기구가 몇번 개선안을 내놓았다가 여론에 밀려 후퇴한 적이 있기도 하다.

고교평준화 시책은 교육적으로는 굉장히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역사와 개성ㆍ수준이 다른 고교들을 통틀어 하루아침에 산술평등식으로 나누어 우연요인에 근거를 두고 배정하는 식으로 출발한 고교평준화는 결과적으로 고교교육을 퇴영시키는데 기여해 버렸다. 편차가 심한 학생들을 한 교실에 수용하여 수월교육도,보완교육도 하기 어렵게 하고 전체 고교생을 하향평준화하게 만들었다. 그런가 하면 입시교육에만 전념하는 고교 상급반에 이르러서는 30% 정도의 상위집단만을 이끌고 가는 교육현실때문에 70%의 학생들이 방치되거나 희생되는 결과도 가져왔다.

교육은 결과를 평가받는 것으로 완성된다. 그 평가는 경쟁의 방법으로 매겨진다. 두 부모를 자르듯 하는 물리적인 방법으로 나누는 평등주의는,능력주의를 승복하지 않는 사회풍조를 만들기도 한다. 이 제도는 고교부터의 입시과열을 완화시키는데는 기여했지만,모든 입시를 대학에만 집중시켜 더욱 악화시켰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고교평준화가 이토록 부작용이 많고 악영향만 끼쳐온 제도라는 판단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해제하려는 시도는 번번이 좌절했다. 학부모의 여론 때문이다. 고교입시지옥의 재현으로 성장기의 자녀가 위축될 것을 우려하고,되살아날 중학과정의 과외경쟁으로 보통의 부모가 감당해야 할 갈등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예측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실시한 지 17년이 되어 그나름으로 뿌리내린 제도에 적응해 있는데 새롭게 만나게 될 혼란이 두려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중소도시지역 학부모의 67.4%가 이 제도의 수정에 반대(88년)하기도 했다.

고교평준화가 이렇게 실패를 결과하게 된 것에는 몇가지 중요한 원인이 있다. 이 제도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선행했어야 할 조건이 있었다. 학생선발을 평준화하기 이전에 학교와 교사의 수준을 평준화하는 것이었다. 시설투자,우수교사의 배치 교류 등을 고르게해서 피동적으로 선택된 학교가 비교 열등한데서 오는 불이익을 당하지 않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것은 지켜지지 못했다. 8학군 소동이 그 증거인 셈이다. 다른 실패의 원인은 이 제도가 다분히 사회정책적 요구에 교육정책을 종속시킨 발상에서 출발된 것이었기 때문이다. 민감한 학교차의 부작용이나 도시의 인구분산정책 따위를 인위적으로 불식시키려는 의도가 내포되어 결국 교육적 성과에는 무리를 부른 것이다.



그러나 이 제도가 비록 이렇게 수정을 긴요하게 하는 실패한 제도라 하더라도 이것을 피치 못하게 했던 요인은 그 시점에서 분명히 있었다. 그 요인은 아직도 그대로 남아 있다. 그것은 고교입시가 부활되면 또다시 커다란 문제로 부상할 잠재적 요인이다.

여론이 완강한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므로 평준화 폐지를 덮어놓고 서두를 수는 없다. 「대통령의 지시」만으로 결단을 내리기에는 조심스런 일이다. 의욕과 의지를 지닌 사립을 상대로 신중히 선별하여 차근차근 시험단계를 거쳐가며 「부활」을 꾀해보는 지혜를 당부한다.
1990-02-1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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