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데르센은 스스로도 가난한 작가였지만 그의 어머니도 가난했다. 부모에게 동냥을 강요당했을 지경이었다. 그런 일이 너무 괴로워서 오든강 다리 밑에서 온종일 운 일도 있었다. 어머니한테서 이런 이야기를 들으며 소년 안데르센도 함께 울곤 했다. 이것이 후에 「성냥파는 소녀」라는 이야기로 승화된 것이다. ◆어린날,젊은날에 겪은 어떤 일이 약이 되고 독이 될지 우리는 아무도 모른다. 후기대 입시날인 22일은 눈이 쌓이고 길이 미끄러워 일상적인 출근을 하려는 사람도 난감하기 짝이 없었다. 새벽 6시가 조금 넘었을 시간부터 수험생인 듯한 젊은이와 그 부모의 초조한 발걸음이 길에서 눈에 띄었다. 어떤 아버지는 자동차 뒷바퀴에 체인을 감느라고 진땀을 흘렸고 곁에서 수험생인 듯한 아들은 송구해하며 서 있었다. ◆아마도 그 아들은 부모의 은공과 죄송스러움의 강한 기억을,그것으로 새겨 두었을 것이다. 후기시험에도 실패한다 하더라도 아버지와 아들이 나눈 진한 고통의 공감은 오래 남을 것이다. 무엇이 약이 되고 무엇이 독이 될지는 정말 모른다. 4년제 대학에 모두 실패하고 잘 선택한 전문대 때문에,그 이전의 실패를 전화위복으로 만들 기회도 있을 수 있다. ◆전문대의 학과들은 어찌나 다양한지 별별 것이 다 있다. 안경상점 경영하기에서 구두만들기까지,만화그리기에서 레크리에이션 지도하기까지,자동차정비에서 의료기기 다루는 기술까지. 취직길은 훨씬 넓고 집중해서 배우므로 익히기도 쉽다. 4년제 대학에 꼭 진학해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환상을 버리고 선택만 잘 한다면 의외로 성공적인 결과를 획득할지도 모른다. ◆가난한 환경이 제공한 경험이 아니었다면 세계의 자라나는 어린이를 행복하게 해주는 안데르센동화도 태어나지 못했을지 모른다. 4년제 대학을 체념했기 때문에 더 빛나는 인생이 되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특히 전문대처럼 아기자기한 공부길은 더욱 도움이 될 것 같다.
1990-01-2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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