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재 5조 들여 순환출자 고리 끊는 현대차
박건승 기자
수정 2018-03-29 21:43
입력 2018-03-29 20:14
순환출자는 오너 일가가 이른바 ‘쥐꼬리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면서 한 계열사가 부실해지면 출자한 다른 계열사까지 연쇄적으로 부실해지는 문제를 안고 있다. 현대차도 순환출자 고리 탓에 계열사 간 의존도가 높아 시장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지배구조 개선 일정이 마무리되면 ‘대주주→모비스→현대차’라는 단순한 지배구조로 바뀔 것이다. 자동차산업이 급격한 패러다임 전환에 직면한 상황에서 이런 지배구조 개선 노력은 계열사 간 효율 향상과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현대차는 지배구조 문제를 깔끔히 정리함으로써 우선 경영 방식을 단순화할 수 있게 됐다. 대주주는 현대모비스를 책임지고 경영하고, 현대모비스는 미래 자동차 기술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는 일을 맡게 될 것이다. 글로비스 지분을 전량 매각하면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1조원 이상 세금을 내겠다는 것은 최근 ‘공정함’을 요구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부합한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례적으로 현대차 노력을 “긍정적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다만 오너 일가가 지분 매입이란 ‘정공법’을 택한 것은 후계 구도와 무관치 않을 것이란 점에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현대차 측은 “정 부회장이 모비스의 대주주가 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고 하지만 이처럼 막대한 사재를 들여 지배구조를 단순화하려는 데에는 후계 구도와 맞물려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대주주의 지분 거래 과정에서 적법하게 비용을 부담하는 것인지 등에 대해 엄격한 사회적 감시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2018-03-3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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