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한밤의 세레나데’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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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린 기자
수정 2007-09-08 00:00
입력 2007-09-08 00:00
등이 부은 엄마, 손마디가 굵어진 엄마. 딸들은 엄마가 안쓰럽다. 그러나 그런 엄마가 윽박지르며 아픈 곳이라도 찌를라치면 또 금세 샐쭉해지는 게 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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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세레나데
한밤의 세레나데
서른 세 살 지방대 출신의 백수 박지선은 새벽 두시마다 법석이다. 툭 하면 서버가 다운되는 인터넷 방송의 사이버자키인 그녀. 속시원한 진행에 노래까지 흐드러지게 불러제친다.2초에 도너츠 6개를 빚는 남친 ‘도너츠’는 생활의 달인에 출연한 게 유일한 자랑이다. 그런 딸이 못마땅한 엄마 박정자는 욕과 고성으로 딸의 삶을 질책한다. 대들다 제풀에 지친 딸은 일갈한다.

“엄마가 한 말에 상처 안 받을 때도 됐는데 엄마가 준 상처에는 굳은살도 안 박이나 봐요.”

‘한밤의 세레나데’(10월7일까지,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는 영화 ‘인어공주’의 설정을 닮았다. 우악스러운 엄마에 질린 딸은 엄마의 과거와 마주하며 ‘엄마를 위한 찬가’를 부르게 된다. 서른세 살 딸이 불러주는 노래에 그녀를 뱃속에 간직한 스물여섯 살 엄마의 눈시울은 붉어진다.

2006년에서 1973년으로 돌아가면 극은 급반전한다. 장발에 나팔바지,70년대 한국영화에나 나올 법한 과장된 제스처와 성우 더빙의 목소리. 느끼하지만 웃기는 건 어쩔 수 없다. 초반부에 노래를 연달아 세곡이나 부르며 뜸을 지나치게 들인 느낌이 없지 않지만 무대 영상이 TV오락프로그램 자막처럼 깜찍한 웃음을 주고 배인숙, 바니걸스, 송창식 등의 70년대 가요가 향수를 자극한다.



‘예술’은 아니지만 ‘이래도 안 울어?’하는 신파가 더 솔직한 감동과 공감을 줄 때가 있다. 눈물을 찍어내는 ‘엄마’ 관객을 보면 ‘우리 엄마 데리고 올 걸’하는 아쉬움이 스친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2007-09-08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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