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를 넘어 상상하는 새로운 질서…올해 두산인문극장은 ‘신분류학’

최여경 기자
수정 2026-03-24 07:00
입력 2026-03-24 07:00
공연과 전시, 강연으로 우리 시대의 화두를 탐구하는 ‘두산인문극장 2026’이 다음 달 6일부터 8월 1일까지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에서 열린다.
두산연강재단 두산아트센터가 2013년 ‘인간과 사회에 대한 사회학적, 인문학적, 예술적 상상력이 만나는 자리’를 모토로 시작한 두산인문극장은 14회를 맞은 올해 국경과 정체성, 규율 등 기존의 사회적 기준이 재편되는 시대를 반영해 ‘신분류학’(New Taxonomy)을 주제로 삼았다.
강석란 두산아트센터 센터장은 23일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존의 분류로 설명되지 않는 세계를 마주하고 있다”면서 “이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가 갖고 있는 것을 더 새롭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주제 선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올해 프로그램의 중심인 연극 세 편은 ‘모어 라이프’(민새롬 연출·4월 29일~5월 17일), ‘원칙’(이준우 연출·5월 27일~6월 14일), ‘나는 나의 아내다’(강량원 연출·6월 24일~7월 12일)이다. 모두 스페이스111에서 공연한다.
남윤일 프로듀서는 이 작품들에 대해 “세 편의 연극은 기존의 질서를 흔들고 새로운 분류의 가능성을 상상하게 한다”면서 “이를 통해 우리가 세계를 나누는 방식 자체를 다시 질문하고자 한다”고 소개했다.
미래사회·공동체·환경 속 존재와 가치는‘모어 라이프’는 자율주행차에 치인 사고를 당한 지 50년 후 인공 신체에 뇌가 이식되면서 새 생명을 갖게 된 여성을 내세워 인간이라는 것을 무엇으로 결정할 수 있는지, 인간의 정의와 윤리의 딜레마를 탐구한다. 민새롬 연출은 “인간의 의식과 몸을 분리할 수 있다면 과연 인간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묻는다”면서 “의식과 몸의 관계, 자아의 동일성, 삶이 연장될 수 있는 가능성 등 인간이 마주하게 될 윤리적 딜레마들을 관객과 함께 탐색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원칙’은 홍콩 작가 궈융캉이 2017년에 초연한 작품으로 학교 내 교칙 도입을 둘러싼 갈등을 통해 공동체를 바라보는 새로운 기준과 분류를 고민한다. 새로운 교칙을 강행하려는 교장과 자유로운 학풍을 고수하려는 교감의 충돌을 그린 작품에 대해 이준우(서울시극단 단장) 연출은 “누가 옳은가를 묻기보다는 우리가 어느 가치에 더 가까이 있는가를 묻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원칙’은 2024년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중국희곡 낭독공연’으로 소개됐고 지난해 서울연극제에서 초연했다.
‘나는 나의 아내다’는 독일 나치 시대와 동독 사회주의 체제를 모두 견뎌낸 여장남자 샤로테 폰 말스토르프의 삶을 1인 35역의 모노드라마 형식으로 풀었다. 작가 더그 라이트가 관찰하고 인터뷰한 샤로테라는 인물 안에서 역사, 관계, 권력 등 환경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는 존재를 그려낸다. 2013년 두산인문극장: 빅 히스토리에서 초연했다.
강량원 연출은 “배우 한 명이 35명의 인물을 연기하는 형식으로 인간의 경계, 존재의 복잡함 등을 깊이 있게 드러낸다”면서 “10년이 지나 같은 작품에 대한 질문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 그것을 보여주면서 또 다른 질문을 한다”고 말했다.
신분류학 진단하는 강연…시각적으로 풀어낸 전시도지적 탐구를 확장하는 강연 시리즈는 총 8회에 걸쳐 진행된다. 주일우 이음 대표는 “우리가 문명이라고 생각하고, 살고 있는 구조들이 깨져나가는 것을 몇 년째 보면서 문명과 야만을 어떻게 다시 나누고 세워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고 밝혔다.
4월 강연은 대한민국의 정체성부터 경계에 선 생명과학을 진단한다. 김영민 서울대 교수의 ‘문명과 야만 사이의 한국’을 시작으로 이준호 서울대 교수의 ‘생물과 무생물: 경계를 허무는 생명과학의 시대’, 이동신 서울대 교수의 ‘포스트휴먼 경계학: 사라지는 인간 드러나는 비인간’, 임종태 서울대 교수의 ‘서양과 동양의 과학: 그 이분법을 넘어서’로 준비했다.
6월 강연은 인공지능(AI)과 미래 예측, 미디어와 언론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관점에서 신분류학의 가능성을 관객과 함께 모색한다. 이상길 연세대 교수의 ‘미디어와 언론: 연결에서 파열로’, 손화철 한동대 교수의 ‘놀이의 죽음: 첨단기술 시대의 노동과 놀이’, 전준 한국과학기술원 교수의 ‘인공지능과 미래 예측: 판단하는 인간, 예측하는 기계’, 김기창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유죄와 무죄: 그 연약한 구분’ 등이 예정돼 있다.
시각적 언어로 분류 체계에 질문을 던지는 전시 ‘3개국어’(6월 24일~8월 1일 두산갤러리)도 주목할 만하다. 북한에서 태어나 일제 강점기를 거쳐 한국전쟁 당시 남한으로 피난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살면서 한국어와 영어, 일본어를 섞어 말하는 한 할머니의 별명에서 착안했다. 김익현·임영주·조은영·정서영 작가가 국적과 언어, 성별 등 인간을 규정하는 기존 시스템에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최여경 선임기자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Q.
기사를 다 읽으셨나요? AI 퀴즈로 핵심 점검!
두산인문극장 2026의 주제는 무엇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