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 조세이탄광 첫 위령제…“억울한 영혼, 극락왕생하길”
수정 2016-02-02 14:23
입력 2016-02-02 14:17
한국불교종단협의회, 日 사고 현장서 유가족·시민단체와 천도재
짙푸른 바다가 보이는 일본 야마구치(山口)현 우베(宇部)시 도코나미(床波) 해안에 불교에서 재를 올릴 때 부르는 노래인 범패(梵唄)가 울려 퍼졌다.
천도재는 죽은 이의 영혼을 극락으로 보내기 위해 치르는 불교의식이다.
조세이 탄광에서는 1942년 2월 3일 수몰사고가 발생해 조선인 136명 등 모두 183명이 사망했다.
연합뉴스
국내 불교 종단들의 모임인 한국불교종단협의회는 이날 우베 조세이(長生) 탄광 추도광장에서 유가족, 일본 시민단체 ‘조세이 탄광 수몰사고(水非常)를 역사에 새기는 모임’(이하 새기는 모임)과 함께 사고 희생자의 넋을 위로하는 위령제를 개최했다.
시모노세키(下關)에서 약 60㎞ 떨어진 조세이 탄광에서는 1942년 2월 3일 해저 갱도에서 수몰사고가 발생해 조선인 징용 피해자 136명 등 모두 183명이 사망했다.
이 사고는 한동안 잊혀 있다가 새기는 모임이 1990년대부터 적극적으로 활동하면서 조금씩 알려졌다. 하지만 희생자들은 여전히 갱도에 수장돼 있어 유골을 수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처음으로 마련된 조세이 탄광 수몰사고 희생자 위령제에는 조계종과 천태종, 진각종 등 일본을 찾은 우리나라 스님 40여명과 유족 16명을 포함해 약 200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먼저 조세이 탄광의 흔적인 원통형 환기구 ‘피아’(Pier) 두 개가 있는 물 위에 솟아 있는 바닷가에서 침통한 표정으로 기도한 뒤 헌화를 했다.
이곳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다 부친을 잃은 전석호(84) 씨는 꽃을 바다에 던진 뒤 울분을 참지 못하고 바다를 향해 절규하듯 ‘아버지’를 외치기도 했다.
헌화 장소로부터 약 500m 거리의 추도광장에서 열린 위령제는 삼귀의와 반야심경 낭독, 묵념, 유족과 새기는 모임 대표의 인사, 추모사 순으로 진행됐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 회장이자 조계종 총무원장인 자승 스님은 추모사를 통해 “물질의 이익에 눈이 멀고 전쟁에 집착한 잘못된 욕심이 수몰사고 희생자의 고통과 속박을 올곧게 치유하지 못하고 인간의 도리를 나락으로 떨구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자승 스님은 “다시는 이런 비극이 거듭되지 않도록 종교인의 책무를 다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한 뒤 영령들을 향해 “고향 산하에 머물듯 가족의 품에 안기듯, 삼가 평온한 날을 위해 기도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히로시마(廣島)에서 열린 한중일 불교우호교류대회에서 협의회에 조세이 탄광 수몰사고를 알린 서장은 히로시마 주재 한국 총영사는 “위령제를 통해 부처님의 원력으로 억울하게 돌아가신 영혼들이 안식을 거둘 수 있기를 기원한다”며 “오랜 세월 비통했던 유족들도 조금이나마 위안을 얻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천태종 총무원장 춘광 스님의 축원과 죽은 이의 영혼을 극락으로 보내기 위해 치르는 불교의식인 천도재가 펼쳐졌다.
협의회 사무총장을 맡고있는 천태종 총무부장 월도 스님은 “위령제가 유해 수습을 가능케 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면서 “앞으로 뜻있는 분들의 의지를 모아 억울한 영혼이 현장 속에서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겠다”고 말했다.
김형수(75) 유족회 회장은 불교계에 감사의 뜻을 전하면서 “일본 정부는 첨단기술로 유골을 발굴해 하루빨리 고국 땅에 안장해줄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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