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디아노, 기억·전쟁 소재로 ‘인간존재 근원’ 탐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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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14-10-10 00:00
입력 2014-10-10 00:00

파편적 기억이 논리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지 되물어

추측이 무성한 가운데 9일 올해 노벨문학상을 차지한 프랑스 소설가 파트리크 모디아노(69)는 해마다 수상후보로 꾸준히 거론돼온 프랑스 현대문학의 거장이다.

프랑스 작가로는 2008년 르 클레지오 이후 6년만의 노벨문학상 수상이다.

모디아노는 전쟁으로 인해 잃어버린 삶의 흔적 등 인간 존재의 근원을 끊임없이 탐색해왔다. 파편화된 기억을 통해 작품을 풀어나간다는 점에서 ‘제2의 마르셀 프루스트’로 불리기도 한다.

1945년 7월 30일 프랑스 파리 교외 불로뉴 비양쿠르에서 유대인 혈통의 이탈리아 출신 사업가인 아버지 알베르 모디아노와 벨기에 영화배우인 어머니 루이자 콜페인 사이에서 태어났다.

1960년 파리의 앙리4세 고등학교에 입학한 그는 열다섯 살에 어머니의 친구였던 소설가 레이몽 크노를 만나면서 문학의 세계에 눈을 뜨게 된다. 1963년 대학입학자격시험에 합격하지만 공부를 중단하고 문학에 삶을 바치기로 결심했다.

열여덟 살 때부터 글쓰기를 시작한 그는 1968년 소설 ‘에투알 광장’으로 로제 니미에상, 페네옹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문단에 데뷔했다.

2차세계대전의 상처에서 헤어나지 못했던 사람들은 인간 존재와 생의 근원을 탐구하는 그의 작품에 열광했다. 그는 발표하는 작품마다 평단과 독자의 찬사를 받았다.

’외곽 순환도로’로 1972년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대상을, ‘슬픈 빌라’로 1975년 리브레리상을, 1978년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로 프랑스의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공쿠르상을 받았다.

2차 세계대전의 참화 속에서 태어나고 자란 모디아노에게 2차 세계대전은 그의 작품을 관통하는 주요 배경이자 소재다. 그의 부모는 나치가 점령한 파리에서 서로 만나 신분을 감춘 상태에서 함께 살았다.

대표작인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는 기억상실증에 걸린 한 퇴역 탐정이 자신의 과거를 추적하는 여정을 그린 소설이다.

모디아노는 이 작품을 통해 ‘기억 상실’로 상징되는 프랑스의 비극적 현대사의 한 단면을, 나아가 인간 존재의 ‘소멸된 자아 찾기’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담아냈다.

1957년 남동생의 죽음도 그의 작품 세계에 영향을 미쳤다. 그는 1967년부터 1982년 사이에 발표한 초기 작품들을 동생에게 바쳤다. 동생의 죽음은 어린 시절의 종말을 의미했다.

김화영 고려대 불문과 교수는 “주로 2차세계대전 직후를 배경으로 소설을 많이 썼지만 그의 작품은 시대를 넘어, 전쟁 등으로 인해 인간 존재의 근원과 뿌리를 찾기 힘든 상황에서 인간 존재의 모호한 출발점, 생의 근원을 끊임없이 모색해 왔다”고 소개했다.

김 교수는 “그는 매우 간결하고 단순, 명쾌한 문체로 인간 존재의 근원을 탐구했는데 이러한 특유의 문체로 인해 오히려 인간 존재의 근원이 더 불확실해지는 아주 독특한 작가”라면서 “굉장히 많은 독자의 호응을 받은 최고의 작가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모디아노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로 유명한 프랑스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와 닮았다. 김윤진 한국문학번역원 번역출판본부장은 “프루스트가 기억을 통한 삶의 재생, 재해석에 초점을 맞췄다면 모디아노는 파편적인 우리의 기억이 과연 논리적으로 연결될 수 있을까, 우리 삶은 그렇게 합리적인 것일까 하는 것에 대해 스스로에게 계속 되물었다”고 분석했다.

김 본부장은 “내면 분석이 치밀하고, 일상의 파편화된 사건들이 내면적으로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 등 같은 주제가 여러 작품에 반복되거나 같은 사건이 여러 면에서 재조명되는 경우도 많다”고 소개했다.

또 “우리의 삶이 합리적, 논리적으로 흘러가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자전적 소설 ‘혈통’ 등 인간이 스스로를 합리화시키는 내적인 논리를 실제적인 삶과 연관시켜 끊임없이 비판하고 반성했다”고 말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잃어버린 거리’ ‘8월의 일요일들’ ‘도라 브루더’ ‘신원 미상 여자’ ‘작은 보석’ ‘한밤의 사고’ ‘혈통’ 등이 있다.

소설 외에 영화 시나리오 ‘라콩브 뤼시앵’, 그림책 ‘그 녀석 슈라에겐 별별 일이 다 있었지’ 등도 썼다. 1973년 발표한 시나리오 ‘라콩브 뤼시앵’은 1974년 루이 말 감독의 연출로 영화로 제작돼 상영됐다.

한국에는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도라 브루더’ ‘신원 미상 여자’ ‘ 작은 보석 한밤의 사고’ ‘혈통’ ‘그 녀석 슈라에겐 별별 일이 다 있었지’ 등이 소개돼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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