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최정희에게 보낸 자필 추정 연서 발견
수정 2014-07-23 16:01
입력 2014-07-23 00:00
첫 친필 연서…가칭 ‘종로문학관’ 전시 예정
연합뉴스
23일 서울대 권영민 명예교수(국어국문학)가 공개한 이상의 친필 추정 연서는 최정희 씨의 둘째 딸인 소설가 김채원 씨가 고인의 유고 편지 300여 편을 정리하다가 발견했다.
권 교수는 연서를 이상의 친필로 보는 근거로 ▲ 편지 말미의 ‘李箱’ 서명 ▲ 다른 유고와의 필체 일치 ▲ 최정희 생전에 이상의 편지를 여러 편 받았으나 찢어버렸다는 증언 등을 제시했다.
연서엔 가눌 길 없는 실연의 아픔과 그럼에도 접을 수 없는 연심이 절절히 담겨 있다.
”지금 편지를 받엇스나 엇전지 당신이 내게 준 글이라고는 잘 믿어지지 안는 것이 슬품니다. (중략) 나는 닷시금 잘 알 수가 없어지고 이젠 당신이 이상하게 미워지려구까지 합니다. (중략) 정히야, 나는 이제 너를 떠나는 슬품을, 너를 니즐 수 없어 얼마든지 참으려구 한다. (중략) 정말 나는 당신을 위해- 아니 당신이 글을 스면 좋겠다구 해서 쓰기로 헌 셈이니까요-. (중략) 그러나 이제 내 맘도 무한 허트저(흩어져) 당신 잇는 곳엔 잘 가지지가 않습니다.” (편지 원문 표기)
권 교수는 이상이 25살이던 1935년 12월에 이 편지를 최정희에게 보낸 것으로 추정했다. 당시 23세 이혼녀였던 최정희는 추후 납북되는 시인 파인 김동환과 사귀었으며, 추후 두 사람은 결혼했다. 재색을 겸비한 최정희는 당시 시인 백석 등 여러 문인의 구애를 받았다.
편지는 이상의 소설 ‘종생기’와도 연관성을 지녀 문학사적 가치를 지닌다. 권 교수는 “’정희’로부터 사랑의 배반을 자신의 종생과 관련시킨 이 소설이 정희의 편지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는 점이 흥미롭다”며 “특히 최정희와의 관계를 소재로 하면서 실제로는 자신의 욕망과 그 좌절을 표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편지는 다른 서한과 함께 추후 설립될 가칭 ‘종로문학관’에 기증될 예정이며, 이를 묶어 단행본으로도 출간한다. 권 교수는 오는 24일 종로 ‘이상의 집’에서 ‘오감도 80주년 기념 특별 강연’을 통해 편지와 함께 뒷얘기를 공개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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