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훈 “데뷔 5091일…희로애락으로 단단해진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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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14-07-07 10:28
입력 2014-07-07 00:00

미니앨범 ‘5091’ 발표…”유엔 재결합은 쉽지 않아”

그룹 지오디(god)와 플라이투더스카이 등 추억의 그룹들이 복귀하는 흐름에서 최근 관심이 쏠린 또 하나의 그룹이 있다.

지난 2000년 데뷔한 남성듀오 유엔(UN)이다.

이들은 서로 다른 이미지의 ‘꽃미남’들인 김정훈(34)과 최정원(33)으로 구성된 팀으로 ‘선물’, ‘평생’, ‘그녀에게’ 등의 히트곡을 내며 여심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2005년 소속사와 전속 계약이 만료되며 팀이 해체됐고 두 멤버는 각자의 길을 걸었다.

그중 김정훈은 서울대 치의예과에 재학 중이어서 한층 주목받았고 이후 자퇴를 하고 중앙대학교 연극학과로 편입해 화제가 됐다. 팀 해체 후 그는 솔로 앨범을 내고 드라마와 뮤지컬에서 활약하며 배우로 입지를 다졌고 드라마 ‘궁’으로 일본과 중국에서 한류 스타로 떠올랐다.

최근 미니앨범 ‘5091’을 발표한 김정훈을 종로구 수송동에서 만났다. 지난해 리메이크 앨범을 냈지만 가수 활동을 재개한 건 대략 7년 만이다.

그는 앨범을 낸 이유에 대해 “올봄에 내려고 준비했기에 복귀 흐름을 타기 위한 것이 아니며 그간 해외 활동에 주력해 국내 팬들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싶은 소소한 마음이 더 컸다”고 설명했다.

대신 추억의 그룹들의 활동 재개에 대해 “나도 고교 시절 H.O.T의 ‘전사의 후예’를 들으며 공부한 추억이 있고 1999년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 데뷔한 팀들의 팬이어서 응원하고 있다”며 “요즘 아이돌 가수들의 실력이 대단한데 그 틈에서 잘 해내고 있어 반갑고 기쁘다. 하지만 그들과 한배를 타서 같이 나가고 싶은 상황은 아니다”고 웃었다.

그렇다면 유엔은 지오디처럼 재결합 가능성이 없는 걸까. 그는 이미 많은 생각을 한 듯 이 질문에 대해 오랜 시간을 할애하며 솔직하게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둘이 ‘함께 해볼까’란 얘기를 해본 적이 없는데 암묵적으로 힘들다는데 동의하고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지오디와 플라이투더스카이는 음악 색깔이 뚜렷했는데 유엔은 큰 사랑을 받았지만 그러지 못했던 것 같아요. 이런 점 때문에 설령 재결합한다고 해도 자신이 없는 게 아닌가 생각해요.”

그는 또 “둘 다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어 추억으로 묻어버리고 싶은 생각도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활동 당시 둘의 불화설도 있었다. 최근 한 케이블 프로그램을 통해 유엔의 불화설이 회자되기도 했다.

그는 “우린 성격도, 노래하는 스타일도, 좋아하는 장르도 많이 달랐지만 음악적으로 안 맞았을 뿐 서로 의지했다”며 “유엔이 인기를 얻으면서 난 시트콤과 영화, 정원이는 예능 활동을 하니 스케줄이 달랐고 음악 방송에 차를 따로 타고 가기도 했다. 이 부분이 다른 사람들에겐 사이가 나쁜 것으로 오해됐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얼마 전 우리 불화설이 화제가 됐을 때 당시 미국에 있던 정원이와 문자를 주고받으며 웃었어요. 옛날이야기가 회자돼 당황스러웠지만 다시 팀 이름이 거론된 게 반갑기도 했죠. 하하.”

지금은 둘이 자주는 아니지만 소주잔을 기울이는 사이다.

그는 “팀 해체 후 처음에는 각자 바빠서 연락을 못 하다가 둘이 군대 있을 때 휴가 나와 술을 한잔 먹고서 제대한 뒤에도 다시 연락하고 있다”며 “최근에 봤을 때는 예전에 자존심 때문에 못했던 이야기를 나누는 애틋함도 있었다. 그때 정원이가 날 집에 데려다 줬는데 둘이 그렇게 심오하고 진지하게 얘기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데뷔 초기 서로에게 우월감과 열등감을 동시에 가졌던 것 같아요. 멤버가 둘이니 비교 대상이 서로였거든요. 해체하기 전 즈음부터 단둘이 술을 곧잘 먹었는데 더 많이 이해하게 됐고요. 지금은 각자의 활동을 응원하고 있죠. 등 돌리고 살 이유가 없잖아요.”

새 앨범 제목에 ‘5091’을 붙인 것도 2000년 7월 26일 유엔으로 데뷔해 앨범 발매일까지의 날짜를 계산한 것이다.

그는 “내가 이만큼 활동했다는 뜻이 아니라 데뷔 일부터 날 바라봐준 팬들에게 ‘이 시간 우리가 함께 했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타이틀곡 ‘하루’는 김정훈의 감성적인 보컬을 그리워하는 팬들을 만족시킬 서정적인 발라드다. 잔잔하게 전개되는 노래로 후렴구가 임팩트 있게 터지는 노래는 아니다.

”이런 반응을 예상했어요. 저도 처음 들었을 땐 밋밋했는데 계속 들을수록 맛이 있더군요. 상업적인 성공보다는 이 노래를 듣고 잔잔하게 추억하는 게 있다면 만족합니다.”

한 종편 채널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해 주목받은 신예 작곡가 김성욱과 함께 앨범 전체를 작업했다. 사석에서 우연히 만나 서로의 음악적인 공통분모를 알게 돼 손을 잡았다.

예전과 달라진 점은 활동 영역에 대한 마음이 한층 열렸다는 점이다. 군 입대 전 연기에 매력을 느꼈다는 그는 2011년 제대한 뒤 3년간 드라마와 영화, 뮤지컬에 출연하며 꽤 만족할 성적을 거뒀다. 차기작도 2010년 일본 NHK에서 드라마로 만들어진 이케이도 준의 소설 ‘철의 뼈’를 원작으로 한 한일합작 드라마 ‘태양의 도시’다.

한발 더 나아가 “요즘은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해보고 싶다”며 “나이를 먹으니 내 안에 구렁이가 들어왔는지 요즘은 말로는 지지 않을 자신이 생겼다. 예능 나가서 떠들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웃었다.

데뷔 14년, 그가 치과 의사란 타이틀을 버리고 연예계에서 생활한 5091일은 어땠을까.

그는 “치의예과가 적성에 안 맞아 방황할 때 캐스팅이 돼 유엔으로 데뷔했고 팀이 해체된 뒤 정신적으로 침체의 늪에 빠져 있을 때 드라마 ‘궁’ 제의가 들어왔다”며 “’궁’의 인기로 일본과 음반 계약을 맺었고 이후 중국서 드라마도 찍었다. 방황을 할 때마다 터닝 포인트가 되는 기회가 찾아왔다. 이걸 되풀이하며 살아남았으니 희로애락(喜怒哀樂)의 반복이었다. 그래서 더 단단해진 날들이었다”고 돌아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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