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가 ‘개츠비 전쟁’…반값 할인에 편법까지
수정 2013-05-21 10:46
입력 2013-05-21 00:00
영화 개봉 맞물린 특수에 출판사 경쟁 과열
미국 작가 F. 스콧 피츠제럴드의 대표작 ‘위대한 개츠비’는 지난주 한국출판인회의가 집계한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문학동네 판본과 민음사 판본이 각각 7·8위에 올랐다. 2주 전 두 판본이 20위권에 나란히 진입한 뒤 일주일 만에 8계단씩 뛰어오른 것이다.
세계문학 고전이 베스트셀러 순위권에 오르는 건 반가운 일이지만 ‘위대한 개츠비’ 특수를 노린 출판사들의 경쟁은 지나칠 정도로 달아올랐다.
민음사의 경우 51%를 할인해 3천원대로 가격을 끌어내렸다. 여기에 피츠제럴드의 다른 작품과 노트, 원서 전자책까지 덤으로 준다. 문학동네도 50%를 깎아 4천원대에 판매하고 있으며 원서와 미니북을 끼워준다.
펭귄클래식코리아는 최근 ‘위대한 개츠비’를 새로 번역해 내면서 6천원에 가격을 책정했다. 영문합본에 520쪽이 넘는 분량인데도 아예 가격을 낮게 잡은 것이다. 문학 신간이라 10%밖에 할인을 하지 못해 경쟁에서 외면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전문번역가 김석희가 번역한 열림원의 ‘위대한 개츠비’는 편법을 택했다. ‘10% 할인 제한’이 실용서 신간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 ‘위대한 개츠비’를 실용서로 등록하고 51%를 깎아 5천원대에 판매 중이다.
’위대한 개츠비’만 놓고 보면 책값이 20∼30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마저 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위대한 개츠비’의 종이책값은 대체로 3천∼5천원대인데 전자책값은 6천∼7천원인 기현상마저 빚어지고 있다.
’위대한 개츠비’는 ‘레미제라블’처럼 일부 출판사만 판본을 가진 게 아니라 40∼50곳에 이르는 출판사가 번역본을 갖고 있어서 경쟁 양상이 어느 때보다도 뜨거운 형편이다. 게다가 판매량에서 수위를 다투는 출판사들 판본의 경우 번역의 질이 어느 정도 보장된 상황이라 출판사들의 가격 경쟁이 심해지고 있다.
한 소규모 출판사 대표는 “중대형 출판사들이 이렇게 대폭 할인된 가격으로 밀고 들어오면 작은 출판사에서 낸 번역본들은 사실상 설 자리가 없다”며 “’위대한 개츠비’가 아무리 인기라고 해도 남의 집 얘기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