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떠나는 젊은이들… 방송계가 달라진다
수정 2012-11-11 10:43
입력 2012-11-11 00:00
10-30대 시청률 감소..뉴미디어로 이동
토요일 밤에는 컴퓨터로 ‘무한도전’을 시청한다. 본방송은 과외 때문에 놓치지만 2-3시간 후 P2P 사이트에 영상이 뜨기 때문에 본방을 놓친 아쉬움의 시간은 길지 않다.
#드라마를 즐겨보는 직장인 박모(25.여) 씨는 늦은 퇴근 후 집에서 IPTV로 미처 보지 못한 미니시리즈 드라마를 챙겨본다.
박씨는 작은 컴퓨터나 스마트폰 화면보다 대형 TV 화면을 선호하기 때문에 다시보기(VOD) 서비스에 해당 드라마가 뜰 때까지 하루 정도는 거뜬히 기다릴 만하다. 건너뛰기로 재미있는 부분만 골라 보기도 해 시간이 부족한 그에게는 IPTV VOD가 ‘딱’이다.
이처럼 젊은 세대에게 ‘본방 사수’는 TV를 보는 한 가지 방법일 뿐이다. 방송시간에 TV 앞을 지키지 않으면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놓친다는 ‘절박함’은 이들에게 찾아보기 어렵다.
’본방 사수’로부터 자유로워진 젊은 세대의 현실은 통계에도 드러난다.
◇TV에서 뉴미디어로 눈 돌리는 1030세대 = 11일 시청률 조사업체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0년 새 10-30대 시청률은 절반 이상 줄었다.
2002년 13%였던 이들 세대의 평균 시청률은 올해 5%대에 머물고 있다.
같은 기간 전체 가구 시청률 감소율이 25.7%인 점을 감안하면 젊은 세대의 시청률 감소가 유독 두드러지는 것.
TV를 떠난 시청자들은 컴퓨터와 스마트폰 등 뉴미디어 매체로 눈을 돌리는 것으로 파악됐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작년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 6천669명 가운데 인터넷, DMB, 스마트폰 등 신규 매체 이용으로 TV 이용 시간이 줄었다고 답한 비율은 21.0%였다. 20대 응답률이 39.7%로 가장 많았고, 이어 10대 33.9%, 30대 27.2% 순이었다.
보고서는 “스마트폰의 빠른 보급이 향후 매체 이용행태에 큰 변화를 가져와 매체 이용자 유형이 더욱 다양하게 세분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콘텐츠를 PC와 스마트폰 등으로 볼 수 있는 N스크린서비스 푹의 가입자도 20-30대가 65%에 달한다.
◇배경에는 뉴미디어와 다매체화 = 통계에서 보듯이 10-30대 시청률의 감소 배경에는 뉴미디어와 다매체화가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이양환 박사는 “예전의 미디어 환경이 TV 앞에 붙어 있어야 하는 ‘선형적 시청패턴’이라면 지금은 ‘비선형’ 미디어 환경”이라며 “’본방 사수’하지 않아도 VOD나 IPTV로 콘텐츠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박사는 “채널이 많아지다 보니 장르도 다양해지고, 시청층도 IPTV 디지털케이블, 케이블, 위성, 종편으로 분산된다”고 덧붙였다.
10-30대가 뉴미디어와 다매체 이용에 적극적이다 보니 미디어플랫폼의 다양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설명이다.
이런 경향은 시청률 하락을 가속화해 ‘시청률 대박 작품’의 탄생을 어렵게 했다.
우리나라 드라마 역대 최고 시청률 톱 텐은 모두 2004년 이전에 방송된 작품이다.
2000년대 들어 평균 시청률 40%를 넘긴 작품은 ‘대장금’ ‘파리의 연인’ ‘주몽’ ‘진실’ 네 작품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가장 최근작은 2007년 3월 종영한 ‘주몽’이다. 5년 넘게 시청률 40%의 ‘초대박’ 작품이 나오지 않는 셈이다.
올해 최고 평균 시청률은 KBS 2TV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 기록한 33.1%다.
이 같은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일본에는 젊은층의 ‘TV 이탈’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최근 드라마 시청률이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3분기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는 G.T.O로 시청률이 13.2%에 불과했다.
작년 12월 방송된 드라마 ‘가정부 미타’는 최종회에서 수도권 평균 시청률 40.0%를 기록, 11년 만에 시청률 40%대를 달성한 드라마로 화제를 모았다.
◇중장년층 영향력 확대..시청률과 화제성은 별개(?) = 젊은 세대의 시청 비중이 줄어들면서 중장년층이 시청률에 미치는 영향도 커졌다.
자연스레 중장년층을 타깃으로 한 프로그램이 시청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게 됐다.
실제로 중장년층 시청 비율이 높은 주말극과 일일극은 미니시리즈보다 시청률이 높은 경우가 많다. 올해 방송된 드라마 시청률 상위 10개 가운데 7개가 주말극과 일일극이었다.
이러다 보니 방송사로서는 중장년층 취향에 맞추는 게 시청률 확보에 유리해졌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장르적 특성이 강한 드라마나 마니아적 취향의 예능보다 통속극이나 익숙한 리얼 버라이어티에 관심을 두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히트작 기준도 달라졌다.
일일극과 주말극에 비해 시청층이 상대적으로 젊은 주중 미니시리즈는 최근 시청률 15%대만 기록해도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한다.
시청률 ‘기근’이 심해지면서 지난 9월부터 주중 미니시리즈의 시청률 파이(총합)는 35%를 밑돈다. 요즘 드라마는 시청률 20%만 넘어도 대박이라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이런 가운데 시청률이 젊은 세대의 취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는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은 “현재 시청률 추산 방식에서는 뉴미디어에 익숙한 젊은 층보다 올드미디어를 주로 이용하는 중장년층의 취향을 많이 보게 된다”며 “대중문화 주 소비계층인 20-30대가 상대적으로 소외되면서 시청률과 화제성이 따로 가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성균관 스캔들’ 같은 드라마가 시청률이 화제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대표 사례로 꼽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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