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자가 인터넷 공간에 연재 방식으로 이런 글을 쓰는 일은 아직 부담스럽다. 밋밋하고 덤덤하고 지루할 것이다. 이 가운데 우리가 까맣게 잊어버렸던 소중한 풍경들이 인화되지 않은 필름처럼 어둡게 웅크려 있다. 어둠 속에서 그들을 하나씩 호명해 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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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 한양대 국문과 교수가 새해 1월 3일부터 네이버 문학동네 카페(cafe.naver.com/mhdn)에 ‘우리 시대의 명강의’란 제목으로 매주 글을 연재할 것을 알리며 밝힌 포부다.
문학동네는 28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인문학자이자 인문학 붐을 주도하고 있는 정민 한양대 교수, 정병설 서울대 국문과 교수, 안대회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가 인문학을 인터넷에 무료로 연재한다.”고 밝혔다. 인기 소설가들이 인터넷에 소설을 연재하고 책으로 펴내는 것은 이제 흔한 일이 됐지만 인문학자들이 인터넷에 글을 연재하는 것은 처음이다.
오랫동안 다산 정약용(1762~1836)을 연구해 온 정민 교수는 ‘삶을 바꾼 만남’이란 주제로 다산과 그의 제자 황상(1788~1870) 사이에 이어진 도탑고 진실한 사제 간의 정리(情理)에 주목한다.
전남 강진으로 유배를 간 정약용은 그곳에서 작은 서당을 열었고, 제자 황상을 만난다. 황상은 양반이 아니어서 과거에는 응시할 수 없었으나 평생 “부지런하고 부지런하고 부지런하라.”는 스승이 준 ‘삼근계(三勤戒)’의 뜻을 새기며 시를 쓰고 공부에 전념했다.
최근 ‘한중록’을 번역·주석해 독자에게 소개한 정병설 교수는 ‘권력과 인간’이란 주제로 혜경궁 홍씨의 ‘한중록’을 꼼꼼하게 읽을 예정이다. 정 교수는 혜경궁 홍씨에게 씌워진 ‘남편을 죽음으로 몰고 간 냉혈한 여인’이란 굴레를 ‘한중록’을 통해 벗길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