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지 표지에 유머카툰 싣는 외국 부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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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9-12-07 12:00
입력 2009-12-07 12:00

6년만의 작품집 ‘꿈꾸는 선’ 낸 한국 카툰 대부 사이로

“대개 아이디어란 어떤 제품을 만들기 위한 것이죠. 하지만 카툰에서의 아이디어는 그럴 수 없다는 게 독특합니다. 카툰에서는 그만큼 모든 물리학 법칙을 무시한 무한 상상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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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로 작가의 예명 사이로(史二路)는 만화 인생의 길과 세월이 흘러도 충실하게 살아가는 삶의 길 등 두 가지 길을 걷는다는 뜻이다. 아래는 그의 유머카툰 ‘장군의 훈장, 어부의 훈장’. 파란미디어 제공
사이로 작가의 예명 사이로(史二路)는 만화 인생의 길과 세월이 흘러도 충실하게 살아가는 삶의 길 등 두 가지 길을 걷는다는 뜻이다. 아래는 그의 유머카툰 ‘장군의 훈장, 어부의 훈장’.
파란미디어 제공
한국 카툰의 대부 사이로(69·본명 이용명) 작가의 작품집 ‘꿈꾸는 선’(파란미디어 펴냄)이 나왔다. 만화책이 숱하게 넘쳐나지만 한 칸 안에 철학과 인생, 웃음, 해학을 담는 카툰 작품집은 흔하지 않은 터라 더욱 반갑다. 그의 작품집은 이번이 7번째로 2003년 ‘사이로의 여행기’ 이후 6년 만이다. 아마추어 시절까지 포함해 약 50년 동안 1만점이 넘는 작품을 그린 것에 견주면 작품집이 그리 많은 편은 아니다. 신문이나 잡지 등에 한 번 게재된 카툰은 대부분 책으로 묶이지 못하고 사라지게 되는 국내 풍토 탓이 크다.

흔히 카툰하면 신문에 연재되는 만평을 떠올리지만, 정통 카툰인 유머 카툰과는 다른 것이라고 사이로 작가는 선을 그었다. “시사 카툰은 소재가 뉴스이고 현실에 있는 비유를 사용합니다. 그러나 유머 카툰은 사람이 구름 위에서 낚시하는 식의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은유와 상상력으로 유머를 일으킵니다.”

시사 만평이나 ‘광수 생각’ 같은 여러 칸 작품도 카툰으로 여기는 추세라 넓은 의미에서 카툰은 활성화됐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유머 카툰은 외려 발표할 매체가 없어져 전시회나 작품집으로 팬들과 만날 수 밖에 없다는 게 사이로 작가의 설명이다. “1990년대 초반 각종 스포츠지에서 유머 카툰을 앞다퉈 실었던 시절이 너무 짧았다.”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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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대(한양대) 출신인 그가 카툰 작가의 길을 걷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취미로 그림에 관심을 갖고 있다가 대학에 입학하면서 신문사에 독자투고를 했는데 ‘덜컥’ 채택되는 바람에 카툰 투고를 아르바이트로 삼게 됐다. 1965년 잡지 ‘아리랑’의 신인 만화상에 당선되며 정식 데뷔를 했다. “카툰 작가의 길은 항상 어려웠지만 후회는 없고, 요즘도 책상 앞에 앉으면 가슴이 설렌다.”는 그는 이번 작품집에 여백, 자연, 서정을 주제로 한 약 300편을 담았다. 특유의 간략한 선 처리와 독특한 아이디어가 눈에 띈다.

시처럼 우리 정서를 압축해 전달하는 카툰과 친해지는 비결을 “순간적으로 보고 즐기기보다 조금 더 생각하기”라고 설명하는 그에게 유머 카툰이 발전하려면 어떻해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단호한 대답이 돌아왔다.

“미국이나 유럽의 유명 시사주간지들은 시사만평보다 유머 카툰을 많이 실어요. 미국 ‘뉴요커’는 표지에 유머 카툰을 게재하죠. 우리는 유머 카툰에 대한 인식이 낮은 것 같아요. 발표할 수 있는 매체가 늘어났으면 정말 바랄 게 없습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2009-12-0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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