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끔해진 음색, 열정은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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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9-11-30 12:00
입력 2009-11-30 12:00

‘피아노의 전설’ 마우리치오 폴리니 첫 바흐음반

바흐가 수척해졌다. 진중하고 풍만했던 기존의 바흐가 아니다. 약간은 차갑고 깔끔하며 때론 예민했다. ‘피아노의 전설’이란 수식어가 언제나 따라붙는, 현존하는 최고의 피아니스트 마우리치오 폴리니의 바흐는 이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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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니가 첫 바흐 앨범을 내놨다.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최근 발매한 ‘평균율 클라비어곡집 1권’이 그것이다. ‘타건 음악의 구약성서’라 불리는 이 곡은 바흐가 연주자들의 손을 풀어주기 위해 작곡한 일종의 연습곡이었지만 그 내면적 깊이 때문에 건반음악 사상 가장 위대한 곡으로 손꼽힌다. 이 때문에 수많은 피아니스트들은 이 작품을 무척 까다로운 곡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 예술성을 표현하는 데 엄청난 품을 팔아야 하는 탓이다. 1권은 1722년, 2권은 1744년에 완성됐으며 이번 앨범에는 1권만 실렸다.

폴리니는 20년간 평균율을 연주회에서 종종 보여줬지만 음반 발매는 신중했다. 그의 명성에 걸맞은 바흐를 내놓고자 하는 음악적 욕심 때문이었을 게다. 이 때문일까. 연구에 연구를 거쳐 어렵게 내놓은 흔적이 가득 담겨 있다. 특히 그의 해석은 허를 찔렀다.

바흐 스페셜리스트인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나 로절린 투렉의 평균율은 뭉툭한 음색으로 약간은 투박하고 근육질의 바흐를 보여줬다. ‘20세기 바흐’를 대표하는 전형적인 해석이었다. 하지만 폴리니는 기존의 바흐와는 궤를 달리한다.

차분하고 냉철하게 다가가면서도 그 특유의 열정은 꺾이지 않는다. 새로운 바흐의 가능성을 열어놓은 셈이다. 물론 정통 바흐의 모습을 기대했던 사람들에겐 실망스러운 앨범이 될 수도 있다. 음악적 깊이가 다소 퇴색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는 탓이다.



“폴리니는 ‘21세기 바흐’가 어떤 모습일지 보여줬습니다. 평가는 청자의 몫이겠지만, 분명 기념비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고 봅니다. 다른 피아니스트들에게도 큰 선례가 되겠죠.” 류태형 대원문화재단 사무국장의 말이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2009-11-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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