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자본주의 사회 유쾌한 비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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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9-09-22 01:04
입력 2009-09-22 00:00

설치작가 김기라 개인전

새하얀 석고상의 성모가 어린 아이를 소중하게 안고 있다. 그런데 뭔가 좀 이상하다. 성모의 발 아래에는 해골들이 나뒹굴고 있고, 성모의 얼굴은 이럴 수가, 히틀러다. 어린 예수라고 생각한 아이는 아프리카의 기아 어린이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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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갤러리 제공
국제갤러리 제공
화가이자 조각가, 설치작가인 김기라(35)의 작업이다.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10월18일까지 이런 내용의 개인전이 갤러리 본관 1층과 2층에서 열린다. 9번째 개인전이다. 제목은 ‘슈퍼 메가 팩토리’(Super Mega Factory)다. 신기루 궁전으로서의 자본주의 사회라는 의미를 담은 제목으로, 2008년부터 진행되던 전시내용을 이번에 확대재생산했다.

김 작가는 경원대 미술대 회화과 출신이지만, 대학원에서는 환경조각을 전공하고, 영국으로 유학을 떠나 골드스미스 대학에서 비주얼 파인아트를 공부했다. 한 곳에 머물지 않고 전공을 이리저리 옮겨갔듯이 그의 이번 전시에는 드로잉과 조각, 설치미술, 영상, 평면 회화 등 다양한 장르가 소개된다.

그가 “나의 작업은 유머러스하게 자본주의 사회의 현 인류를 보여준다.(중략) 그것이 현상으로든 아니면 편집증적인 정상인으로든 말이다.”고 했듯 작업은 코믹하고 재밌다. 그리고 사람에 따라서는 현대사회의 이면을 직시함에 따라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그는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는 우리사회의 이면에서 소비사회의 권력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많은 음모가 펼쳐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슈퍼맨이나 배트맨 등 TV매체를 통해 만들어진 영웅의 이미지나 히틀러나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등 권력층에 투사된 이미지의 본질에 접근하고자 애쓴다. ‘눈탱이가 밤탱이’가 된 히틀러나 영국여왕, 가면을 쓰고 있는 칼 마르크스, 부를 과시하는 타이타닉을 연상시키는 유람선 등등이 그것이다.

‘오즈의 마법사’속 양철 인간과 나무인형 피노키오는 자본주의 사회의 힘없는 개인을 상징한다. 인간이 되기 위해 따뜻한 심장을 가져야 하는 양철인간과 거짓말을 하지 말아야 인간이 될 수 있는 피노키오는 어떤 조건들을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인가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부족함을 채워야 하는 현대인의 모습이 고스란히 투영됐다.

작가는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에서 현대인 모두가 소수자이자 희생양이다.”면서 “나는 소수자 희생양으로서의 현대인들이 전시장에서 자신들이 살아가는 사회의 이면을 직접 바라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02)735-8449.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2009-09-22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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