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간이식술’ 난청환자 36년 한 풀어줄까
수정 2009-03-23 01:08
입력 2009-03-23 00:00
이씨는 대학까지 졸업했지만 청각장애 때문에 번번이 취업에 실패한다. 공장에서 15년, 건설현장에서 10년을 일했지만 이마저도 2년 전 구조조정으로 퇴직하고 지금은 일용직 노동을 위해 새벽같이 인력사무소로 향한다. 하지만 이씨는 위험한 일을 하기 어려워 간단한 잔심부름 정도만 하는 상황이다.
일상 생활도 쉽지가 않다. 차가 바로 곁에서 경적을 울려도 듣지 못해 위험한 순간을 한두 번 겪은 게 아니다. 버스 노선을 묻는 것도 간단치 않아 정류장을 잘못 내린 적도 많다. 어머니와 외국인 아내, 어린 두 딸과 함께 사는 이씨는 가족끼리 의사소통도 힘들다. 결국 이씨는 취재진과 함께 청력 회복 방법을 찾기 위해 36년 만에 병원을 찾는다. 염증으로 귓속 달팽이관이 모두 뼈로 변한 이씨는 기존의 널리 알려진 ‘인공 와우’ 시술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의료진은 이런 이씨에게 새로운 치료법인 ‘뇌간이식술’을 권하며 청력을 회복할 수도 있다는 소식을 전한다.
하지만 뇌를 열어 전기자극기를 이식하는 뇌간이식술은 위험성이 큰 수술이다. 이씨의 어머니는 수술에 반대하지만 이씨는 결국 수술을 결심한다. 뇌간이식술은 지난해에 선천성 청각장애를 가진 어린이에게 시술된 사례가 있을 뿐이다. 취재진은 국내 최초로 성인 난청 환자에게 시도되는 뇌간이식술 장면을 카메라에 담는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2009-03-23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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