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스님→중’ 폄하 설문조사?
문화전문 기자
수정 2008-08-28 00:00
입력 2008-08-28 00:00
27일 조계종 총무원과 불교계에 따르면 한국고용정보원이 실시 중인 ‘2008년 한국직업정보시스템 재직자조사’ 응답자 대상 확인용 사전 설문지중 ‘승려’ 부분 자격대상 부문에 ‘승려(중, 스님, 법사)’라고 명시된 것으로 밝혀졌다.
불교계는 이에 대해 사전적 의미를 볼 때 승려(僧侶)는 불교의 출가수행자를 말하며, 일반적으로 ‘스님’이라고 칭하고 ‘중’은 낮추어 부르는 말로 돼있으나 설문 자격대상에 일반인들이 스님이나 승려를 비하하는 ‘중’의 표현을 썼다며 반발하고 있다.
문제의 ‘승려’ 표현 부분중 해당 업무 수행을 묻는 질문 내용에도 ‘창조, 속죄 또는 구원행사의 의식적 재연을 관장한다.’‘의식을 거행할 때에는 불경이나 성경 등의 경전을 읽는다.’ 처럼 불교와는 거리가 먼 기독교 내용의 질문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불교계는 특히 ‘목사’와 ‘신부’ 관련 질문에도 ‘창조, 속죄 또는 구원행사의 의식적 재연을 관장한다.’라는 내용이 들어있는 점을 확인, 질문 내용 수정과 확인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설문지는 한국고용정보원이 한국직업정보시스템에 활용할 목적으로 최근 608개의 직업별로 각각 30명을 선발해 보냈으며 여기에는 스님들도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해 한국고용정보원측은 “고의는 전혀 없었다.”는 해명과 함께 조사를 실시한 조사원들에게 배포된 설문지를 받은 스님들을 일일이 찾아가 잘못된 부분을 정중히 사과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계종 총무원 관계자는 이와 관련,“종교편향 시비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 기관차원에서 또다시 불교계의 불만을 증폭시키는 사건이 발생해 유감스럽다.”며 항의공문을 보내 공식적인 수정 요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은 지난 2003년부터 각 직업의 업무 수행에 필요한 근로자·업무 특성과 노동시장 정보를 조사해 진로상담, 구인·구직, 직업훈련 등에 활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문 조사를 해왔으며 청소년 등에게 이 데이터를 서비스하고 있다.
김성호 문화전문기자 kimus@seoul.co.kr
2008-08-28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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