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강경 불교계 ‘막다른 길’ 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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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8-08-07 00:00
입력 2008-08-07 00:00
종교편향과 관련, 정부에 가시적인 조치를 거듭 촉구했던 불교계가 결국 막다른 골목으로 들어섰다.

지관 조계종 총무원장 차량에 대한 경찰의 과도한 검문검색 이후 격앙된 움직임을 보였던 불교계가 23일 범불교 시국법회를 여는 것을 시작으로 극단적인 대응에 나설 태세다. 특히 시국법회 때까지 이렇다할 변화가 없을 경우 산문폐쇄까지도 불사하겠다는 말들이 이어지는가 하면 종교분쟁의 우려까지 나오는 등 초긴장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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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관 조계종 총무원장 차량에 대한 경찰의 과도한 검색에 항의하는 스님들이 지난달 30일 경찰청 앞에서 시국법회를 열고 어청수 경찰청장의 파면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지관 조계종 총무원장 차량에 대한 경찰의 과도한 검색에 항의하는 스님들이 지난달 30일 경찰청 앞에서 시국법회를 열고 어청수 경찰청장의 파면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27개 불교종단·단체·사찰 참여 범불교대회

불교계가 이처럼 초강경 대응을 선언하고 나선 것은 “참을 만큼 참았다.”는 인식이 모아졌기 때문. 지난해 변양균-신정아 사태 때 불교계 인사들과 사찰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편향적”이라며 적지않은 불만을 쏟아냈지만 눈에 띄게 대응하지는 않았다.

이명박 정부 출범후 종교 편향으로 비쳐지는 사건들이 잇따른데다 한국불교의 장자(長子)종단 수장인 조계종 총무원장에 대한 검문검색까지 터지자 결국 “더 이상 좌시하기 않겠다.”며 쌓인 불만을 한꺼번에 쏟아내는 격이다.

조계종은 당초 13일쯤 조계종 전국승려대회를 열 계획이었으나 지난 5일 시한으로 정부에 통고했던 ‘종교편향에 대한 가시적인 조치’가 없자 승려대회를 취소하고 대신 23일 모든 불교종단이 참여하는 대대적인 범불교대회를 열기로 뜻을 모았다.

범불교대회는 27개 불교종단과 단체, 사찰들이 모두 동참하는데다 하안거를 마친 스님들이 대거 가세할 것으로 보여 불교계에서도 주목하는 집단행동. 문제는 범불교대회 때까지도 정부의 조치가 없을 경우 그동안 거듭 경고했던 ‘극단적인 사태´가 올 수도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조계종 26개 교구본사 주지회의와 총무원, 중앙종회 종책모임은 기자회견 때마다 ‘극단적인 조치´를 입에 올렸다.

조계종 대변인인 승원 스님은 지난달 31일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불교계의 요구에 대해 정부가 대안을 내놓지 못할 경우 마지막 수단인 산문폐쇄를 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고 시국법회추진위원회 대변인인 용화사 지관 스님도 5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불교계의 입장을 국민들에게 호소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 중 산문폐쇄가 있다.´고 분명히 밝혔다.

정부서 대안 내놓지 못하면 ‘극단 조치´ 불사

산문폐쇄는 지금 상황에서 불교계가 택할 수 있는 가장 강도높은 대정부 투쟁을 뜻한다. 전국 모든 사찰의 출입문을 걸어잠글 뿐만 아니라 불교계 소유인 국립공원 출입도 막는다. 신군부의 10·27법난에 맞서 1986년 해인사를 비롯한 몇몇 대형사찰에서 시행했지만 전국 모든 사찰 차원의 폐쇄 경고는 처음이다.

이같은 경고에도 불구하고 불교계에선 대체로 “산문폐쇄까지 가겠느냐.”는 전망이 우세한 편. 그러나 불교계가 요구하고 있는 가시적인 조치, 즉 ▲대통령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어청수 경찰청장 등 관련 공직자 파면 ▲종교차별을 금지할 제도적 장치 마련을 위한 ‘범사회적 합의기구’ 구성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섣불리 앞날을 예단할 수 없는 상태이다.

실제로 금강회, 무량회, 무차회, 보림회, 화엄회 등 조계종 중앙종회의 5개 종책모임 대표는 지난달 31일 이례적으로 한 자리에 모여 기자회견을 갖고 “조계종의 가장 웃어른들인 원로회의의 입장발표와 종정교시도 나올 수 있다.”고 밝혀 산문폐쇄의 수순을 암시했었다.

김성호 문화전문기자 kimus@seoul.co.kr
2008-08-0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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