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의 경계 넘는 대화
이문영 기자
수정 2008-01-24 00:00
입력 2008-01-24 00:00
로티는 미국 철학의 주류인 분석철학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미국 철학계로부터는 ‘이단아’ 낙인을, 세계 철학계로부터는 학문적 명성을 얻었다. 그는 플라톤 이래 의심받지 않던 ‘불변의 진리’를 부정해 상대주의자와 반(反)철학자로 공격받는가 하면, 분석철학이 도외시한 문학, 종교, 정치 등을 문학적 글쓰기로 녹여 내면서 ‘새로운 철학´의 총아가 됐다. 로티는 김 교수에게 보낸 대담 이메일에 자신이 “향후 일 년 안에 완전히 무력화될 것”이란 말을 써 김 교수를 안타깝게 하기도 했다. 로티의 사망원인은 “슬프게도 데리다를 죽음으로 몰고 간 그 병에 나도 걸리고 말았다.”며 하버마스 앞에서 그가 탄식하게 만들었다는 췌장암이었다.
로티와 김 교수 두 사람은 가벼운 이메일 교환을 통해 본격적인 대담 주제를 잡아 나갔고, 그 결과 ‘가속화되는 세계화 속에서 서양-비서양간 문화적 혼성교배가 아시아 주체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로 자연스레 정리됐다.
로티는 비교적 낙관적인 전망을 펼친다. 그는 “전 지구적인 사회경제 통합으로 만들어질 세계 문화는 로마에서 번성했던 문화보다 훨씬 다양한 색채를 갖게 될 것”이라면서 “그 문화는 대부분의 서구와 아시아 국가들이 제공하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개인적 다양성을 허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김 교수는 “문명의 충돌이 현실인 것은 틀림없지만 계급에 기초했든 국가에 기초했든 생존을 위한 이해관계 충돌이 더욱 무거운 현실”이라면서 “이러한 충돌들이 추상적 아이디어나 철학이나 비전으로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은 극히 순진한 생각”이라며 견해를 달리했다. 각기 다른 정체성과 문화적 전통을 가진 두 학자는 수차례 의견 교환을 통해 때론 동의하고 때론 반박하며 서로의 거리를 좁혀 나갔다.
대담이 순조롭게 진행된 것만은 아니다. 우선 로티의 건강악화가 예상치 못한 상황을 연출했고, 이메일을 통한 대담방식 또한 체계적·논리적 의견 교환을 힘들게 했다. 김 교수는 “서신을 통해 의견을 교환하는 게 쉽지 않아 두 사람 각자의 독백이 돼버린 감도 있다.”고 회고했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2008-01-24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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