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없는 자의 눈물이 지닌 역설적 힘
이문영 기자
수정 2007-08-27 00:00
입력 2007-08-27 00:00
중국 작가 쑤퉁(44)의 소설 ‘푸른 노예’가 ‘눈물’(문학동네)이란 제목을 달고 번역·출간됐다.‘쌀’(아고라)과 ‘나, 제왕의 생애’(아고라)에 이어 올해만 세 번째 책이다. 지난해 출간된 ‘이혼지침서’(아고라)와 올 가을에 나올 ‘무측전’(비채), 현재 번역중인 ‘양귀비의 집’ ‘흥분’까지 합치면, 그야말로 쑤퉁이 한국에 몰려오고 있다.‘눈물’은 신화를 현대적 시각으로 다시 쓰기 위해 영국 케논게이트 출판사가 기획, 전 세계 30여개 출판사가 함께 출간하는 ‘세계신화총서’ 작업의 하나로 나왔다.
쑤퉁이 선택한 신화는 중국 4대 민간설화 중 하나인 ‘맹강녀 이야기’이고, 설화의 재해석을 위해 집어 든 아리아드네의 실타래는 눈물이다. 소설에서 눈물은 금기다. 가장 비루하고 허약한 것들의 상징이나, 황제가 법으로 금지할 만큼 전복적인 것 또한 울음이고 눈물이다.
우는 것을 금지당한 사람들은 귀로 울고, 입술로 울고, 유방으로 운다. 울 수 있는 특권을 포기하지 않으려고 아이들은 일어나 걷기를 포기한다. 주인공 비누는 머리카락으로 운다. 남편 완치량이 노역에 끌려갔을 땐 손가락과 발가락으로도 울었다.
재산도 권력도 갖지 못한 민초, 그중에서도 손가락질 당하는 여인, 그 여인의 가장 연약한 눈물이 가장 강하고 거대한 성벽, 절대왕정의 하늘을 찌를 듯한 치세를 무너뜨렸다. 눈물의 반역엔 세상의 모든 허약한 것들이 동참한다. 풍뎅이들, 흰나비떼들이 울고, 수천 마리의 청개구리들이 함께 운다. 바람과 구름은 허공에서 울부짖고, 풀과 나무는 산언덕에서 흐느낀다. 약한 것들의 연대는 강한 것들의 강고함을 허문다.“가난하고 힘든 백성들은 눈물을 갖고 있기에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소설은 비통하고 슬픈 이야기라기보다는 희망적이고 낙관적인 이야기”라고 쑤퉁은 썼다.
쑤퉁의 알레고리는 눈물을 넘어 확장된다. 전쟁으로 말이 씨가 마르고 사냥이 금지되자, 귀족들은 말을 대신할 말인간, 사냥감을 대신할 사슴인간, 멧돼지인간을 길들이고, 전국 각지에서 말 노릇, 사슴·멧돼지 노릇을 하러 사람들이 몰려든다. 고위관리에게 끌려간 비누는 ‘눈물탕약’을 제조해 바친다. 권력질서가 창조한 비통한 삶의 양태가 극악하다. 전 2권, 각권 9500원.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2007-08-2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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