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경숙이, 경숙아버지’ 연장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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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수 기자
수정 2007-01-30 00:00
입력 2007-01-30 00:00
영화에서는 ‘나쁜 남자’였던 조재현이 서울 대학로에 바람둥이에다 떠돌이인 나쁜 아버지로 돌아왔다.

지난 25일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재연장 막을 올린 ‘경숙이, 경숙아버지’는 2006년 올해의 예술상 등 4개의 연극상에서 수상하며 최고의 연극으로 손꼽혔다.

지난해 여름 게릴라극장에서 초연됐던 이 연극을 두 번이나 보고 푹 빠져버렸다는 조재현은 “너무 재미있었고, 많이 울었다.”고 말했다. 정말 좋은 연극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생각에 박근형 연출가와 재공연을 하기로 약속했다. 오랜 술친구인 배우 이한위도 직접 출연을 섭외했다.

‘경숙이, 경숙아버지’는 1950년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던 이기적이고 치사한 아버지를 그리고 있다. 첩을 거느렸으며, 전쟁이 나자 피란도 혼자 떠나고 가족을 돌보기보다는 자기밖에 몰랐던 무책임한 아버지였다. 한국적인 정서가 물씬 풍기는 사실적인 연출로 ‘한국 연극의 미래’로 평가받고 있는 연출자 박근형씨는 “가정불화, 어머니의 고생 등 한국인이라면 주변에서 모두 경험했던 이야기라 연극이 좋은 반응을 얻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늦둥이로 태어나 아버지와 별로 대화가 없었던 연출자 자신의 이야기도 연극 속에 녹아들어 있다. 박근형씨가 이끄는 극단 골목길은 ‘청춘예찬’ ‘선데이 서울’ ‘경숙이, 경숙아버지’ 등의 사실적이고 즉흥적인 위트가 돋보이는 소극장 연극으로 대학로를 지켜왔다.

그는 조재현의 연기에 대해 “강하고 굵다.”고 평가했다. 체계적인 질서가 없는 골목길의 연기연습 방식에 조재현이 잘 동화됐다고 덧붙였다.

곁에서 잠깐이나마 지켜본 박씨의 연출은 큰 소리로 명령하는 카리스마 넘치는 방식이기보다 자분자분한 음성으로 배우의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쪽이었다. 그는 오는 5월 LG아트센터에서 개막하는 ‘필로우맨’을 통해 런던과 브로드웨이에서 극찬받은 인기 해외극본으로 대극장 무대에 데뷔한다.“원작이 가진 가치에 걸맞은 내용으로 채워야 하는 중압감이 있다.”고 말했다.

뮤지컬의 홍수 속에서 연극만이 보여줄 수 있는 진정성과 재미를 갖춘 ‘경숙이, 경숙아버지’에 많은 관객들이 기대를 걸고 있다. 조재현은 “정극이 뮤지컬에 비해 관객이 감소한 것처럼 보이지만, 좋은 관객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소극장에서 맨발의 투혼을 보여주는 배우들의 열정은 3월25일까지 만날 수 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2007-01-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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