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기 영화 ‘묵공’ 11일 개봉
박상숙 기자
수정 2007-01-10 00:00
입력 2007-01-10 00:00
영화 개봉(11일)을 앞두고 만난 안성기는 먼저 아쉬운 점을 꼽았다.
“중국어로 연기를 하다 보니까 감정 표현이 미진했던 점이 있죠. 대사 분량이 너무 많아 부하 장군 역을 하는 배우에게 대사가 많이 넘어 갔는데 그러다 보니 혁리와 대치되는 캐릭터인데 비중이 좀 적은 느낌이 아닌가 싶어요.”
현장에서는 중국어 대사와 입 모양이 비슷한 우리말을 골라 촬영을 하고 나중에 직접 더빙을 했다.“중국에서는 보통 비슷한 목소리의 성우를 찾아 더빙을 하는데 제 목소리는 특이해서 알맞은 성우를 찾을 수 없었죠.”
‘묵공’은 현재 홍콩, 싱가포르 등 중화권에서 흥행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익숙한 이야기를 새로운 스타일로 풀어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1m 이상 날아다니지 않아서 더 신선하게 여긴 답니다.(웃음)”
그는 자신의 캐릭터에 대해 “적수이긴 하지만 상대방을 존중하는, 이 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성격의 장군이라 맘에 들었다.”고 했다. 일전을 앞두고 중립지역에서 항엄중과 혁리가 만나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바둑 한판을 두며 서로를 탐색하는데 그도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이라며 손가락을 치켜세운다.
예전에 개봉은 즐거운 일이었는데 이제는 “죽기 살기로 덤벼야 하는 일이 됐다.”는 그는 은근히 걱정을 내비친다.
“한국 관객이 세상에서 제일 까다로운 것 같아요. 난 그렇게 생각해.(웃음)웬만큼 해서는 움직이지 않아요. 예를 들어 칸 영화제 수상작이라고 해도 재미가 없으면 ‘별거 없네.’이런다고. 굉장히 힘들어요.”
류더화와의 호흡에 대해서는 “선수들끼리는 알아보는 법”이라면서 “만나자마자 누구랄 것도 없이 손을 맞잡은 뒤 촬영 내내 서로를 배려했다.”고 말했다.‘라디오스타’를 봤다는 류더화의 말을 듣고 최근 영어 자막이 들어간 DVD도 선물했다.
지난해는 그에게 특별한 한 해였다. 특히 가족 같은 후배 박중훈과 함께한 ‘라디오스타’는 예기치 않은 흥행돌풍을 일으켜 화제가 됐다. 또한 청룡영화제 남우주연상까지 공동 수상하는 행복도 맛봤다. 무수한 트로피를 가슴에 안았지만 이번엔 감회가 남다르다.“50대에 주연상을 받은 게 제가 처음이랍니다. 그 말을 듣고 ‘아, 내가 정년을 늘려놨구나. 후배들도 호흡을 길게 할 수 있겠구나.’싶어 참 뿌듯했습니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2007-01-1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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