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빈/박정애 지음
김종면 기자
수정 2006-12-09 00:00
입력 2006-12-09 00:00
소현세자빈 페미니스트 효시?
그러나 소설가 박정애(36·강원대 스토리텔링학과 교수)는 “어떤 관점에서 해석하느냐에 따라 진실의 얼굴은 네모졌다가도 둥그레지는 법”이라고 말한다. 작가는 강빈을 여필종부의 삶에서 벗어나 자신의 운명을 적극적으로 개척한 선구자적인 여인으로 끌어올린다.
최근 펴낸 역사소설 ‘강빈’(도서출판 예담)에는 작가의 이런 ‘여성주의적’ 역사관이 그대로 녹아 있다.
강빈(1611∼1646)은 열다섯 살에 ‘한번 들면 영결’이라는 구중궁궐의 왕실 여인이 된다. 하지만 병자호란의 패배로 남편 소현세자, 시동생 봉림대군과 함께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가 심양에서 9년 동안 인질생활을 한다. 그러나 강빈은 힘든 볼모생활에 굴하지 않고 소현세자를 도와 서양 문물을 도입하고, 청과 우호관계를 유지하며, 대규모 영농과 국제무역에서 큰 성과를 거둔다. 하지만 시대를 앞서간 대가는 가혹했다.
고국으로 돌아온 소현세자는 청과 짜고 자신을 몰아내려 한다는 인조의 의심으로 귀국 두달만에 독살 당하고,1년뒤 강빈도 조씨 저주사건 주모자이자 임금의 음식에 독을 넣었다는 죄목으로 서른여섯의 나이에 사사당하고 만다. 왕실 여인들은 흔히 지아비의 사랑을 얻기 위해 질투와 음모를 일삼거나, 당쟁에 휘둘리는 희생자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실록이 전하는 강빈의 모습 또한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작가는 이런 중세적이고 남성적인 시각을 단호히 거부한다. 작가가 그리는 강빈은 꿈과 사랑을 위해 자신의 열정을 아낌없이 불사른 더없이 매력적인 인물이다.1만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2006-12-09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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