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궐 잔치도 어엿한 극장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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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면 기자
수정 2006-05-13 00:00
입력 2006-05-13 00:00
“아직까지도 우리 연극학계에서는 연극의 특성을 허구적 이야기와 가상의 인물 창조로만 보아, 이야기가 아닌 것은 연극의 대상이 아닌 것으로 단정하고 있습니다. 서사적 대본을 갖춘 가면극이나 인형극, 판소리만을 한국의 전통연극으로 간주하지요. 행동 중심의 산대잡희를 놀이로, 궁중의례를 즐거움을 베푼 정재로 축소해 정통 극장사의 범주에서 제외시키고 있어요.”

한국 연극사 지형도 그리는데 초점

신선희 국립극장장이 펴낸 ‘한국 고대극장의 역사’(열화당)는 이런 그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 한국 연극사의 온전한 지형도를 그리는 데 초점을 맞춘 책이다.

저자는 그동안 한국연극사 연구는 주로 희곡을 갖춘 극의 형태만을 대상으로 했으며 굿은 민속학에서, 궁중의례는 국악사에서, 춤은 무용사에서, 사원연극은 불교의례에서 연구하는 등 따로따로였는데 이를 한데 묶어 종합적인 시각에서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이런 관점에서 책은 자연공간의 제장(祭場), 삼국시대 의례악의 공간연출, 고려시대 국가의례 축제극장, 조선시대 궁중의례 극장, 궁중의례 극장공간의 원리 등 모두 7장으로 이뤄져 있다.

극장 예술은 고대 제천의례에서 출발

저자에 따르면 한국의 극장예술은 고대의 제천의례에서 출발한다. 무(巫), 불(佛), 선(仙), 유(儒)의 종교사상을 기반으로 하는 국가의례의 전통 속에서 제의적 연극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저자는 상고시대부터 삼국시대, 고려시대에 이르는 제천의례와 불교의례를 극장예술의 한 형태로 접근한다. 조선시대 궁중의례를 20세기 서양의 환경극장과 비교한 대목이 눈에 띈다.

책에는 고분벽화와 유물, 향가 등 각종 자료를 통해 저자 자신이 직접 유추해 그린 8점의 고대 극장공간 추정도가 실려 있어 시선을 끈다. 돌무지 위의 환화목(桓花木)을 둘러싸고 제천가무를 연행하는 ‘환화의 제단’, 십이지신상이 서 있는 ‘대산대(大山臺)’, 수천 개의 연등이 대낮같이 길을 밝힌 ‘등석(燈夕)놀이’, 왕의 행렬을 전도하는 ‘예산대(曳山臺)’…. 오랫동안 연극 현장에서 무대미술가로 활동해온 저자의 세심한 필치가 돋보이는 작품들이다.3만 5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2006-05-13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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