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속 그림 한폭] 김환기의 ‘무제 16-Ⅸ-73’
임창용 기자
수정 2006-03-28 00:00
입력 2006-03-28 00:00
“90년대 초 파리에서 처음 김환기 선생의 작품을 보았지요. 순간 ‘아 바로 나의 컨셉이다.’란 느낌이 가슴을 탁 쳤어요. 한국의 자연을 추상, 반추상으로 그렇게 소박하면서도 세련되게 표현한 화가는 처음이었거든요.”
이씨가 특히 좋아하는 작품은 마치 잔 물결이 이는 바다를 재단해 다시 붙여놓은 것 같은 1973년 작품(무제 16-Ⅸ-73)이다. 그가 김환기 작품에서 느끼는 자신과의 공통분모는 두 가지다.
앞서 얘기했든 하나는 ‘자연’을 주제로 삼았다는 점. 쪽, 송화, 황토, 치자 등 천연염색 재료들은 그 자체가 자연의 색일 뿐만 아니라, 주변 자연과도 잘 어울린다. 지난 해 그가 책임디자이너로 제작한 한복을 APEC 정상들에게 입혔을 때, 실내보다 야외에서 한결 멋스런 분위기를 풍긴 것도 그 때문이란다.
이씨가 추구하는 것도 결국, 전통적 소박함에 세계인이 좋아하는 세련미를 입힌 한복을 만드는 것. 우리 한복이 요즘 뉴욕과 파리 등 패션의 본고장에서 각광받고 있는 것이나,‘왕의 남자’‘대장금’ 등 영화나 드라마에서 주목받고 있는 점도 이 때문으로 그는 믿고 있다.
‘내가 그리는 선/하늘끝에 갔을까/내가 찍은 점,/저 총총히 빛나는 별만큼이나 했을까’라고 일기에 쓴 김환기의 자연을 향한 예술정신은 한복 디자이너 이영희의 가슴에도 깊숙이 닿아 있었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2006-03-28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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