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속 그림 한 폭] 강연균의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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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주 기자
수정 2006-02-28 00:00
입력 2006-02-28 00:00
수수한 모자티의 주황색이 수채화로 칠한 것 같다. 화장기 없는 얼굴. 곱게 빗어넘긴 머리 사이로 한 가닥 흰 머리카락이 눈에 들어왔다. 마주 앉은 고두심씨. 이 중년의 여인에게서는 인생의 허무함보다 포근한 미소가 느껴진다. 그가 내어놓은 그림은 강연균 화백의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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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그렁그렁해요.” 첫 마디를 뗀 그가 생각하는 이 그림의 주제는 ‘눈물이 보일까봐’. 가만히 의자 깊숙이 등을 기대며 그는 이내 여자 삼대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이 그림을 처음 접한건 80년대 후반이었죠.‘전원일기’로 한참 바빴어요. 너무 힘들어 나를 지탱할 힘이 필요한 때였죠. 어느날 아침 신문에 이 그림이 눈에 들어왔죠. 늘 날 위해 헌신하던 어머니의 부드럽고 포근하게 강한 모습. 즉시 그림을 찢어 책상 위에 붙였어요.”

부드럽고 포근하게 강하다? 쉬이 이해가 가지 않는 수식어다.

“어머니는 제주도에서 평생 농사만 짓고 사셨어요. 그림속 할머니처럼 뼈마디가 굵었죠. 늘 삶이 버거워 보이는 듯 눈가가 촉촉해 보였지만 서울에 홀로 있는 제게 눈물은 보이지 않으셨어요. 전 그것이 세상에서 제일 강하다고 생각해요. 그 힘이 또한 저를 지탱해 주었죠.”

어머니의 봉사와 희생. 아름답다. 하지만 이같은 어머니의 조용한 가르침은 이제 돈과 출세를 위한 학문에 묻힌다. 지금의 자식들은 옛 어머니상을 추억하긴 하지만 배우고자 할까? 이런 질문에 미국에 있는 딸이야기가 나온다.

“어쩌면 이 그림이 제 훈육방식에도 영향을 준지 모르겠군요. 전 딸아이에게 배우는 걸 강요하지 않아요. 앞만 보며 살아가는 젊은 딸에게 힘들 땐 아래를 내려다 보며 살라고 말해요. 아직 이해못하지만 때가 되면 깨닫겠죠.”

마음 편한 수다를 쏟아놓고 그는 자리를 떴다. 잠시 정말 어머니 같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딸기주스 한 잔이 앞에 놓인다.

“안 시켰는데요?”

“고두심씨가 남아서 기사 쓰시려면 힘들다고 시켜놓고 가셨어요.”

이건가? 포근하게 다른이에게 힘을 주는 어머니의 모습.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2006-02-28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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