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늘근 도둑이야기’ 이후 3년 만에 무대에 서는 그가 택한 작품은 모노극 ‘콘트라베이스’다. 독일 작가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동명소설을 극화한 것으로 오케스트라의 이름없는 콘트라베이스 주자가 주인공이다.
1970·80년대 연극배우 겸 제작자로 활동하다 빚에 몰리자 순전히 돈을 벌기 위해 광고계로 전업했던 그가 대학로 무대로 복귀하면서 올렸던 작품이다. 그때가 1995년이니 어느새 10년이 흘렀다.
●“세상을 움직이는 건 이름없는 서민들”
“책을 읽고 너무 좋아서 내가 연극으로 올리자고 제안했어요. 콘트라베이스 주자는 오케스트라에서 주목은 받지는 못하지만 꼭 필요한 존재입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도 마찬가지죠. 신문 1면에 나오고, 방송뉴스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세상을 이끌어가는 것 같지만 사실 세상을 움직이는 건 이름없는 서민들 아닙니까.”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는 공감대는 컸고, 연극을 못 잊어 무대로 돌아온 그의 열연은 빛났다. 덕분에 그는 ‘명배우’라는 타이틀을 얻었고,‘콘트라베이스’는 그의 대표작이 됐다.
게다가 뜻밖의 인연도 맺어줬다. 당시 매일 공연을 보러 오던 청년이 있었다. 공연 마지막날 청년은 그에게 쥐스킨트의 소설을 내밀었고, 그는 ‘가슴이 시키는 대로 살라.’는 가훈을 적어줬다.
그로부터 수년 후, 그에게 시나리오 한편이 배달됐다. 광고를 찍던 청년은 ‘가슴이 시키는 대로’영화를 공부하러 유학을 떠났고, 자신을 감동시켰던 배우를 모델로 시나리오를 썼다. 그 청년이 개봉을 앞둔 영화 ‘손님은 왕이다’의 오기현 감독이다. 명계남은 이 작품으로 생애 첫 주연배우의 타이틀을 달게 됐다.
●“더 늦기 전에 연극 한번 더 해보자 용기”
“삼류 단역배우 역인데 스포트라이트를 못 받는 인생이라는 점에서 영화와 연극이 많이 닮았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배우로 활동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더 늦기 전에 연극을 한번 더 해보자 용기를 낸 거죠.”
중간 휴식 없이 2시간20분을 홀로 이끌어가야 하는 힘든 무대다. 그는 “관객이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도록 밀도있는 공연을 펼치는 게 중요하다.”면서 “다행히 체력은 아직 쓸 만하다.”며 웃었다.
2월7일∼3월5일 대학로 우리극장.
(02)762-0010.
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2006-01-24 26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