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일상을 깨는 색다른 체험
수정 2005-05-03 07:33
입력 2005-05-03 00:00
공연 시작부터 관객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맞딱드린다. 로비에서 입장안내를 기다리며 서성이던 관객들은 5층에서 들려오는 외침에 하나둘 난간으로 몰려든다.
트로이전쟁에서 승전한 아가멤논의 귀환을 알리는 파수꾼의 독백이 끝나면 이번엔 객석이 아닌 무대로 안내된다. 아가멤논의 개선 파티장이다. 환한 조명 아래 와인잔을 들고 몸을 흔드는 이들은 극을 이끌어가는 코러스. 어느새 관객들은 11명의 코러스 틈에 섞여 연극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된다. 파티가 끝날 즈음 무대를 가로질러 자리에 앉은 관객들은 코러스들이 악을 쓰듯 외치는 대사들과 ‘목포의 눈물’‘뱃놀이’‘애국가’ 등 뜬금없는 한국 음악들이 두서없이 얽히는 상황을 목도한다.
2시간30분에 이르는 공연은 클리템네스트라가 아가멤논과 카산드라를 살해한 시체를 전시한 회전 무대로 관객을 초대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외부의 변화에 민감히 반응하면서도 내부에 들어가 스스로 변화를 이끌어내거나 책임지려고 하지 않는 코러스의 모습에서 관객은 2005년 한국 사회에서 군중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자신과 대면하게 된다.
무대위에 무수하게 널려진 상징들을 애써 해석하려 하지 않는다면, 그리스 비극을 골치아픈 고전쯤으로 치부해온 많은 이들에게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그리스 비극을 접할 수 있는 드문 기회다.11일까지 예술의전당 토월극장(02)580-1300.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2005-05-03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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