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실비실 시트콤 “변해야 산다”
수정 2004-12-17 08:48
입력 2004-12-17 00:00
#시청자 외면, 잇단 조기 종영
#“예견된 결과”
이같은 시청자들의 시트콤 외면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사필귀정’이라고 꼬집는다. 지난 92년 SBS 가족 시트콤 ‘오박사네 사람들’을 시작으로 지난 12년 동안 숱한 시트콤들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방송사들이 새로운 시도나 제작 지원 없이 드라마의 3분의 1정도의 제작비에 청춘스타 1∼2명만 투입하면 된다는 등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보려는 구태의연한 자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마치 ‘재방송’을 보듯 연기자만 바뀌었을 뿐 화면상으로는 달라진 게 없으며, 특히 전문 프로듀서와 작가 부족으로 인한 졸속 집필과 벼락치기 촬영이 난무하는 등 제작 인프라 측면에서는 여전히 제자리 걸음에 머물고 있어 시청자들의 외면을 사고 있다는 지적이다.KBS 예능2팀 전진국 팀장은 “새로운 시도 없이 유사한 형태의 포맷이 반복되다 보니 시청자들의 시선을 붙잡지 못하는 결과를 낳은 것”이라고 진단했다.SBS 예능국 김혁 책임 프로듀서는 “한마디로 재미가 없기 때문에 외면 받는 것”이라면서 “나름대로 차별화한다고들 했지만, 시대 흐름을 반영하는 리얼리티가 부족해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지 못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연기자와 제작진들이 시트콤이란 장르를 바라보는 구태의연한 시각이 바뀌지 않는 한 시트콤 부진 현상은 반복될 것이라는 분석이다.MBC 예능국 김정욱 부장은 “연기자들은 시트콤을 그저 드라마로 진출하기 위한 전 단계인 ‘연기학원’정도로 여기고, 제작진에게도 사명감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경우가 많다.”면서 “연출자, 작가, 연기자들의 역량이 최근 높아진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국적 시트콤 개발해야”
양보다는 질로, 어설픈 외국 작품 베끼기가 아닌 독창적인 소재와 형식 등 한국적 시트콤의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김정욱 부장은 “외모지상주의를 꼬집은 ‘두근두근 체인지’의 성공사례에서 보듯 그냥 웃기기만하는 에피소드가 아닌,‘이 시트콤이 왜 나왔고, 무엇을 이야기하려 하는가’가 명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SBS ‘혼자가 아니야’의 김태성 프로듀서는 “시트콤이란 장르가 이제 막 국내에서 ‘성장통’을 앓듯 정착해 나가고 있는 과정”이라면서 “오래전 인기를 끌었던 브라질 작품 ‘천사들의 합창’처럼 우리 시트콤도 ‘청춘’과 ‘홈’ 일변도에서 벗어나 다양하면서도 공감할 수 있는 한국적인 소재를 부단히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2004-12-17 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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