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변화 반영해야’…아키히토 일왕 발언에 투영된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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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16-08-08 17:12
입력 2016-08-08 17:12

“1년 넘는 장례에 관여하는 사람 힘들다”…장례관행 문제제기“건강 이유로 공무 무한정 축소하는 것 바람직하지 않다”“제도 구체적 언급 삼가겠다”…개인생각 전제로 조심히 언급

아키히토(明仁) 일왕은 건강 문제 외에도 왕실의 장례 방식이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야 한다는 인식에서 조기 퇴위를 결심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8일 공개한 영상 메시지에서 자신이 고령화하고 점점 몸이 약해짐에 따라 국가 상징으로서의 임무를 충분히 수행할 수 없게 될 것이 우려된다며 퇴위가 필요한 이유로 건강을 우선 꼽았다.

아키히토 일왕은 대안으로 거론되는 일왕의 공무 축소에 관해서는 “상징으로서의 행위를 한없이 축소하는 것은 무리”라고 평가했다.

일왕이 중병이 들어 섭정(攝政)하는 것은 앓아누운 왕이 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으면서도 생을 마칠 때까지 여전히 국가 상징의 자리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의견을 밝혔다.

아키히토 일왕은 이와 더불어 일왕을 종신직으로 규정한 것이 낳는 문제를 함께 거론했다.

일왕이 별세했을 때 ‘모가리’(殯, 시신을 매장하기 전에 관에 넣어서 빈소 등에 안치해 두는 일)가 약 2개월, 이후 장례 절차가 1년간 이어지는 등의 왕실 관례를 거론하며 “행사에 관여하는 사람들, 특히 남겨진 가족은 매우 엄혹한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 이런 사태를 피할 수는 없을까 생각하기도 했다”고 말한 것이다.

이는 일왕의 지위를 유지한 채 생을 마감하면 가족이나 사회 전반에 큰 부담을 준다는 인식을 표명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자신이 조기 퇴위를 하면 이런 상황을 피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셈이지만 이는 현재의 왕실 장례 관행에 대한 우회적인 문제 제기로도 볼 수 있다.

실제로 궁내청은 2013년에 일왕의 장례를 토장(土葬, 시신을 화장하지 않은 상태로 땅속에 묻는 것)에서 화장으로 바꿨으며 여기에는 아키히토 일왕의 의향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키히토 일왕은 “사회의 고령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천황도 역시 고령이 된 경우”를 생각해봤다며 일본 사회가 안고 있는 과제를 자신에게 적용해 화두를 제시했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때 메시지를 발표하고 피해 지역을 돌며 무릎을 바닥에 대고 낮은 자세로 이재민을 위로한 것을 비롯해 민생에 큰 관심을 표명해 온 아키히토 일왕은 자신의 책무 가운데 “무엇보다 국민의 안녕과 행복을 기원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 왔다”고 덧붙였다.

아키히토 일왕은 자신이 현실 정치에 관여하는 것이 헌법에 따라 금지된 것을 의식해 이날 메시지가 “현행 황실제도를 구체적으로 거론하는 것을 삼가면서 나 개인으로서” 생각한 것이라며 극히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했다.

마찬가지 이유로 ‘퇴위’라는 표현을 등장하지 않았으며 우회적인 방식으로 생전퇴위가 필요한 상황을 설명했다.

아키히토 일왕의 이날 메시지 공표는 왕위 계승 문제 전반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전면 촉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법률 제·개정이 필요한 사안이고 일본 국민의 관심이 매우 큰 주제이기 때문에 최근 시작된 임시국회나 정계 동향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정치권이 일왕 조기퇴위 관련 절차를 다루느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염원인 개헌 논의나 자민당 일각에서 거론되는 아베 총리의 자민당 총재 임기 연장 시도가 순조롭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내놓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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