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통신 “北 주민 수십명, 피부 기증해 화교 구명”
수정 2014-02-07 10:44
입력 2014-02-07 00:00
신화통신은 6일 평양발 기사에서 지난해 온몸에 중화상을 입고 사경을 헤매다 북한 주민들의 피부 기증으로 위기를 넘긴 함경북도 온성군 강안리 거주 화교 왕펑화(王鋒華) 씨의 사연을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강안리 집단농장에서 일하던 왕 씨는 지난해 9월 30일 주머니에 휘발유 2병을 넣고 오토바이를 타다가 불이 나 온몸에 중화상을 입었다.
그는 사고 직후 강안농장진료소에서 응급처치를 받은 뒤 온성군 제2인민병원으로 옮겨졌으나 화상으로 전신의 피부가 짓무르고 체온이 42.6도까지 올라가 매우 위독한 상태였다.
왕 씨의 북한인 아내는 당장 수술에 손바닥만 한 크기의 피부 28장이 필요하다는 의료진의 설명에 발만 동동 구르며 어쩔 줄 몰랐다.
이를 딱하게 여긴 온성군 제2인민병원의 의사와 간호사 37명은 생사의 갈림길에 선 왕 씨를 위해 피부 기증에 앞장섰다.
소식을 전해 들은 강안리농장 주민 40여 명도 자발적으로 10여㎞가 넘는 산길을 달려와 왕 씨의 수술에 써달라며 피부 기증 의사를 밝혔다.
결국 왕 씨는 3차례에 걸친 피부 이식 수술을 받고 생명의 위기를 넘겼다.
청진 주재 중국총영사관은 지난해 12월에야 함경북도 화교연합회 위원장으로부터 뒤늦게 이 소식을 전해 듣고 왕 씨가 입원한 병원에 급히 영사를 파견했다.
청진총영사관의 쉬징강(徐敬剛) 영사는 “내가 북한 주민들에게 자발적으로 피부를 기증한 이유를 물었을 때 가장 많이 들은 얘기는 ‘당연한 일을 한 것뿐”이라는 답변이었다”고 말했다.
청진시 인민병원은 여전히 목 부위 등이 온전하지 못한 왕 씨에게 4번째 피부 수술을 계획하고 있다.
북한 주민의 온정으로 목숨을 건진 왕 씨는 눈물을 흘리며 “화상을 입은 내 몸의 3분의 1에는 ‘북한의 가족’들이 자발적으로 기증한 피부가 이식돼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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