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미 영사관 폐쇄·외교관 60명 추방 결정…양국갈등 격화
김태이 기자
수정 2018-03-30 10:59
입력 2018-03-30 10:18
자국 외교관 60명 추방에 똑같이 맞불…백악관 “미러 관계 악화 전조”
영국에서 발생한 전직 러시아 스파이 독살시도 사건을 놓고 러시아와 미국이 서로 자국 주재 외교관을 추방하기로 하는 등 갈등이 커지고 있다.
라브로프 장관은 러시아 외교관을 추방한 다른 국가에 대해서도 동일한 수만큼 맞추방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영국에서 일어난 러시아 출신 이중 스파이 부녀 독살 시도에 대한 책임을 물어 미국이 자국 및 유엔에 주재하는 러시아 외교관 60명을 추방하자 러시아가 맞불 전략을 구사하고 나선 것이다.
이렇게 많은 수가 추방된 것은 냉전 시대 이후 처음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이에 따라 미국 외교관들은 다음 달 5일까지 러시아를 떠나야 하고, 상트페테르부르크 주재 미국 영사관은 2일 이내 업무를 중단해야 한다고 러시아 현지 통신들은 덧붙였다.
라브로프 장관은 미국과 영국의 ‘잔혹한 압박’으로 이들의 동맹국들이 “반러시아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었다”면서 미 정부에 러시아에 대한 중상모략과 양국 관계를 해칠 수 있는 몰지각한 행동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러시아 외교부는 또 미국이 러시아에 대해 ‘적대적인 행위’를 계속한다면 러시아도 똑같이 맞받아쳐 주겠다고 엄포를 놨다.
미 정부는 러시아의 이같은 방침을 미러 관계 악화의 전조로 해석하고, 추가 보복 조치 가능성을 시사했다.
백악관의 세라 샌더스 대변인은 “미국 외교관을 추방하겠다는 러시아의 오늘 결정은 미러 관계가 더 악화될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러시아의 반응은 예상치 못한 것이 아니며 미국은 이를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과 유럽연합(EU) 국가들이 자국 내 러시아 외교관을 추방키로 한 결정은 정당했다고 강조했다.
샌더스 대변인은 “이번주 초 유엔의 미신고 러시아 정보요원 추방 결정을 포함, 20여개 EU 회원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이 (러시아 외교관) 추방 결정을 내린 것은 영국땅에서 일어난 러시아인 공격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라고 강조했다.
미 국무부는 “러시아 정부가 외교에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규탄하고, 미국의 추가 대응 가능성을 시사했다.
국무부 헤더 나워트 대변인은 “우리에게 준 (추방자) 명단을 보건대 러시아가 양국의 중요한 이슈에 대해 대화할 의지가 없는 것 같다”며 “러시아는 피해자처럼 행동하지 마라. 우리도 대응할 권한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미국과 러시아가 상대국 외교관을 번갈아 추방하며 ‘신냉전’ 기류가 고조되는 가운데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양국 간 대화를 이어줄 기제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냉전 시대에는 상황이 고조돼 긴장 수위가 높아지면서 상황이 손쓸 수 없게 되는 것을 막기 위한 통제와 소통 기제가 있었으나 이제는 모두 해체됐다”며 “효과적인 소통과 상황 고조 차단을 막는 예방책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