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더딘 개표에 25년전 ‘군부 선거불복 악몽’ 재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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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15-11-11 14:23
입력 2015-11-11 14:23

1990년 야당 선거 압승, 군부 뒤엎어…수치 여사 “국민 의식 높아져 재발 없을 것”

미얀마 총선에서 아웅산 수치 여사가 이끄는 야당의 압승이 유력하지만, 개표가 지지부진하면서 군부가 선거 결과에 불복한 ‘1990년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을까 우려가 커지고 있다.

11일 AP통신, 영국 BBC방송 등 외국 언론에 따르면 수치 여사의 야당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은 미얀마 선거관리위원회가 결과를 발표한 하원 88석 가운데 78석(88.6%)을, 상원 33석 가운데 29석(87.9%)을 차지했다.

집권 여당 통합단결발전당(USDP)은 하원과 상원에서 각각 5표, 2표를 얻는 데 그쳐 NLD의 승리가 확실시된다.

수치 여사의 측근인 틴 우 NLD 부의장은 AP통신에 예비 집계에 따르면 NLD의 총 득표율이 81%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투표 이후 사흘째가 되도록 선관위 발표가 전체 선출직 의석 498석의 약 24%, 121석에 불과할 정도로 개표 속도가 더디자 야당은 선관위가 결과 조작을 위해 고의로 발표를 미루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윈 흐테인 NLD 대변인은 “선거 결과를 찔끔찔끔 발표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선관위가 (결과를) 왜곡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NLD가 압승을 거두고도 군부가 권력을 내놓지 않는 상황이 재발하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

지난 1990년 5월 27일 이번 선거 전에 마지막으로 치러진 자유 총선에서 가택연금 상태의 수치 여사가 이끈 NLD는 이번과 마찬가지로 압승했으나, 군부는 이를 무시했다.

당시 492석 가운데 NLD는 392석(79.7%)을 차지해 집권 여당 국민통합당(NUP)의 10석을 압도했다.

이번과 마찬가지로 군은 당시 투표가 시작되기 전에는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겠다고 약속했지만, 결과가 압도적 참패로 나온 이후에는 결국 정권 이양을 거부하고 수치 여사의 가택연금을 유지했다.

이번 총선 압승 이후에도 수치 여사의 집권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는 이 같은 군부의 ‘전과’ 때문이다.

게다가 집권 여당이 이번 총선으로 의석 상당수를 NLD에 내주더라도 군이 여전히 상당한 실권을 쥐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미얀마 하원 의석수는 440석으로 이 가운데 110석(25%)는 군부에 할당됐으며, 상원 의석수 224석 가운데 56석(25%) 역시 군부 몫이다.

개헌에는 상·하원의 75% 이상 찬성표가 필요하기 때문에 군부는 이 같은 군부 할당 의석을 통해 자신들이 반대하는 개헌을 원천 봉쇄할 수 있다.

또 군 총사령관은 국방부·내무부·국경경비 등 예산이 큰 실세 부처 3곳의 수장에 대한 지명권을 가지며, 특정 상황에서는 정부를 넘겨받을 권리를 헌법으로 보장받고 있다.

이에 대해 수치 여사는 시대가 변해 국민의 민주화 역량이 커졌다며 자신감을 표시했다.

그는 전날 영국 BBC 방송과 인터뷰에서 “나는 국민이 그때보다 훨씬 더 정치적으로 깨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부정을 저지르고자 하는 사람들이 책임을 면하는 일이 훨씬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수치 여사는 “군부가 국민의 뜻을 존중하고 선거 결과를 이행하겠다고 반복적으로 말해 왔다”며 인터넷 등 정보기술(IT) 발달로 새로운 감시기능도 생겼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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