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 여사, 현실 정치인으로 ‘변신’…수권능력은 ‘미지수’
수정 2015-11-11 17:13
입력 2015-11-11 14:23
과거 발언·행적 새롭게 조명돼…”나는 당연히 정치인”
수치 여사가 이끄는 제1야당인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총선에서 압승할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그는 10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되지 못하더라도 실질적으로 국정을 좌우하는 지도자가 될 것이라는 발언을 되풀이했다.
기나긴 군부독재를 끝내고 새롭게 출발하는 정권을 이끌어 새로운 민주화의 역사를 쓰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읽힌다.
그러나 NLD의 압승으로 정권교체가 임박하고 수치 여사의 국정 참여가 확실시되면서 그의 발언 하나하나, 과거 군사정권 당시의 행보들에 대해서도 새롭게 조명되는 분위기다.
그만큼 새 정권에서 성공한 지도자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는 얘기다.
먼저 “대통령이 되지 못해도 실질적으로 국정을 좌우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현 헌법으로는 대통령이 될 수 없는 상황임에도 자칫 법적 근거 없이 대통령의 지위를 넘어서는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미얀마는 외국 국적 자녀를 둔 국민에게 대선 출마를 금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 2~3월로 예상되는 대선 이전에 헌법을 개정해 이 조항을 없애지 않으면 수치 여사의 대통령 출마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수치 여사는 영국인 학자와 결혼해 영국 국적 아들 2명이 있기 때문이다.
미얀마 헌법은 대통령이 다른 어떤 국민보다 우선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만큼 그녀의 발언은 법치와 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도 머리를 들고 있다. 자신이 법과 제도를 초월해 최고 권력자가 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지구 상에서 가장 핍박받는 민족으로 불리는 로힝야족 인권 유린을 외면해 민주주의와 인권 옹호자의 역할을 내팽겨쳤다는 비판도 아픈 부분이다.
미얀마에서는 2012년 서부 라카인 주에서 이슬람교도인 로힝야족과 불교도 사이에 유혈충돌이 벌어져 200여 명이 숨지고, 14만여 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이후 로힝야족들에 대한 정부와 불교도의 핍박은 더 심해져 로힝야족들은 배를 타고 인근 이슬람국가인 말레이시아 등으로 탈출해 올해 상반기에는 안다만해에서 선상난민(보트피플)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수치 여사는 로힝야족들의 인권상황을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민주화의 상징’으로 불리면서도 이 장면에는 눈을 감은 셈이다.
그는 나아가 총선 투표 직전에는 “나는 민주화 운동의 상징이나 인권 운동가라기 보다 정치인”이라며 “국민은 비난의 말을 듣길 원하지 않고, 나는 비난할 의사가 없다”고 말해 로힝야족 인권침해를 규탄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미얀마 최대 인구인 불교도의 표심을 사기 위해 로힝야족과 이슬람교도에 대한 인권 유린을 외면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수치 여사는 또 NLD 내부에서도 독단적으로 의사를 결정하고, 자신의 뒤를 이을 지도자를 양성하지 않아 비민주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1988년 민주화 운동 때 앞장섰던 학생운동가 출신들을 후보로 공천하지 않고, 자신의 측근들을 후보로 결정해 많은 ‘88세대’ 지도자들이 NLD에 등을 돌렸다.
일부 민주화 운동가들은 수치 여사가 차세대 지도자들을 양성하지 않아, 만에 하나라도 그의 신변에 이상이 생기면 NLD가 와해되고 민주화운동 진영에 큰 공백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수치 여사는 과거 15년 동안 자신을 연금시켰던 군부를 후원했던 중국을 올해 전격적으로 방문해 중국에 화해 제스처를 보이고 외교적 입지를 넓힘으로써 현실 정치인의 면모를 부각시키기도 했다.
그는 자신을 민주화의 상징이라고 부르는 데 대해 “상징은 아무것도 안하지 않느냐”며 “나는 당연히 정치인”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수치 여사나 NLD가 실제 정부를 구성해 국정을 잘 이끌어나갈지도 주목된다.
수치 여사와 NLD는 27년 동안 민주화 운동을 했으나 정부를 이끌어본 적이 없으며, 군부의 탄압으로 인해 방대한 조직 활동도 하지 못했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도 수치 여사와 NLD는 정책에 대한 비전은 별로 제시하지 않았다.
니안 윈 NLD 대변인은 수치 여사와 당이 집권 후 나라를 잘 이끌 수 있을 것이냐는 질문에 “충분히 잘 이끌 수 있다”며 “국민을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고, 모자라는 부분은 해당 분야 전문가, 고문들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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