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대생 녹스 무죄선고는 수사 결함 때문”
수정 2015-09-08 11:37
입력 2015-09-08 11:37
伊 대법원, 판결문서 녹스 무죄선고 이유 밝혀
영국 일간 가디언은 7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대법원이 녹스와 그의 전 이탈리아 남자친구 라파엘 솔리시토(31)가 무죄를 선고받게 된 이유를 판결문을 통해 이같이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이탈리아 대법원은 녹스와 솔레시토에 대해 지난 3월 무죄 판결을 내린 데 이어 자체 관행에 따라 수개월만에 무죄 판결을 내린 이유를 판결문에서 상세히 밝힌 것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녹스 등 2명의 살인 혐의가 의혹 수준을 넘어서서 범행을 입증할 충분한 증거가 없고 수사 과정에서 누락 등 중대한 결함으로 인해 하급심에서 오판을 초래했다며 검찰을 비난했다.
대법원은 특히 이 사건이 미디어를 통해 세계적 관심을 끌면서 수사관들이 수사를 빨리 진척시켜야 한다는 압박을 받게 됐고 이로 인해 진실을 캐내는 데 지장이 초래됐다고 지적했다.
녹스의 변호인 가운데 한 사람인 카를로 달라 베도바는 이날 대법원이 무죄 선고 이유를 밝힌 데 대해 “이 사건 수사관들을 불신임한 것과 같다”며 “녹스는 매우 만족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살해된 영국 출신 여대생 메러디스 커처가 더이상 우리와 함께 할 수 없기 때문에 슬프며 누구도 잊을 수 없는 비극”이라고 덧붙였다.
7년 넘게 유무죄가 엇갈리면서 미디어의 관심을 끈 ‘녹스 사건’은 2007년 11월 2일 영국 출신 여대생 메레디스 커처가 이탈리아 페루자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 침실에서 목부위를 흉기로 찔려 숨진 채 발견되면서 표면화했다.
커처는 녹스와 같은 방을 썼고 검찰은 커처가 살해됐을 때 성폭행당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으로 녹스와 솔레시토는 2009년 유죄를 선고받고 4년간 복역한 후 석방됐고 녹스는 미국으로 돌아갔으나 이탈리아 대법원은 검찰의 상고를 받아들여 재심을 명령했다.
범행 당시 방에 같이 있던 코트디부아르 출신 루디 구데는 피해자의 몸에서 자신의 DNA가 첨출되면서 16년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미 워싱턴주 출신인 녹스는 사건 후 각국 언론으로부터 ‘폭시 녹시’(Foxy Knoxy, 여우같은 녹스)로 불리는 등 아무 죄없는 결백한 여대생과 섹스에 굶주린 살인자라는 상반된 이미지의 인물로 부각됐다.
피살된 커처의 가족은 3월 이탈리아 대법원이 녹스와 솔레시토 두 사람에게 무죄 판결을 내리자 큰 실망감을 표시했으며 변호인은 “이탈리아 사법제도의 패배”라고 주장했다.
녹스 사건이 재판 과정에서 유무죄를 오락가락한 데 대해 이탈리아 내 다수 여론은 이탈리아 사법체계가 기소된 것이라며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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