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미국서 ‘히로시마 260배’ 원폭사고 날 뻔”
수정 2013-09-21 16:14
입력 2013-09-21 00:00
英가디언, 기밀보고서 입수…”공군 전투기 사고로 수소탄 추락”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21일(현지시간) 미국인 탐사전문 기자 에릭 슐로서가 정보자유법(FOIA)에 따라 입수한 미국 샌디아국립연구소(SNL) 기밀보고서를 토대로 이같이 보도했다.
뉴멕시코주에 있는 이 연구소는 핵무기 기술 안전성을 책임지는 국책기관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사고는 지난 1961년 1월 23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골즈버로 상공에서 발생했다.
골즈버로 공군기지에서 출발한 B-52 전략폭격기가 순찰 비행 중에 기체결함을 겪게 되면서 꼬리 부분에 싣고 있던 ‘마크 39’(MARK 39) 수소폭탄 2발이 지상으로 추락한 것이다.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취임 3일 뒤에 벌어진 일이다.
이 수소탄의 위력은 한 발당 4Mt(TNT 400만t)으로, 이는 실제 폭발로 이어졌다면 수도 워싱턴DC를 포함해 볼티모어, 필라델피아, 뉴욕 등지의 수만 명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규모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다행히 폭탄의 안전장치 중 하나인 저전압 차단기가 대참사를 막았다.
폭탄에는 만일의 사고에 대비해 총 네 개의 안전장치가 장착돼 있지만, 이중 최후 수단 격인 저전압 차단기만이 제대로 작동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사고 발생 8년 뒤인 1969년 보고서를 쓴 파커 F. 존스 SNL 수석연구원은 “MK39탄은 B-52기의 공중비상대기(AA) 임무를 위한 충분한 안전성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였다”고 결론지었다.
’골즈버로로의 귀환 또는: 내가 어떻게 수소폭탄을 불신하게 됐나’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는 기밀문서로 보관돼오다 핵 군비경쟁의 위험성에 대한 책을 집필 중인 언론인 슐로서에 의해 공개됐다.
슐로서는 취재 결과 지난 1950년부터 1968년 사이에만 핵무기와 관련해 최소 700건의 “중대 사고”가 발생했고, 그 외 자잘한 사건사고도 1천250여건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문은 핵무기의 사고 위험성에 대한 지적을 외면해온 미국 정부가 부인할 수 없는 결정적 증거가 나타났다고 일침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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