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바오 中총리 ‘기업 군기잡기’
수정 2009-03-24 00:50
입력 2009-03-24 00:00
“구조조정이 살길” 산업단지 돌며 혁신 주문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와 옛 소련의 붕괴 등으로 개혁·개방정책이 위기를 맞은 덩샤오핑(鄧小平)이 그 돌파구를 찾기 위해 중국 남부 지방을 돌며 시장경제 도입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밝히는 담화를 발표한 ‘남순강화(南巡講話)’를 연상케 하는 ‘동순강화’인 셈이다.
원 총리는 20일부터 22일까지 안산(鞍山), 선양(瀋陽), 다롄(大連) 등 중국 동북부 랴오닝(遼寧)성의 주요 산업단지를 돌아봤다. 가장 먼저 도착한 안산의 안산철강그룹에서는 구조조정을 역설했다.
원 총리는 철강산업을 포함한 정부의 10대산업 진흥계획 발표 이후의 산업 현황에 주목했다. 최근 전세계 철강재 가격은 10년 전 수준으로 하락한 상태이다. ‘규모의 경제’가 아니고는 살아 남기 힘든 상황으로 빠져 들고 있다.
그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구조조정과 기술혁신을 달성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생산량 조절과 기술개발, 원가절감, 수출선 확보 등 네가지의 활로를 제시했다.
선양의 변압기공장에서는 감원과 감봉, 감산 등이 화제가 됐다. 원 총리는 “현재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 생산과 감원 및 임금삭감 여부, 세수 등 네 가지”라면서 기업의 생산 현황과 감원 임금삭감 여부 등에 대해 직접 의견을 청취했다.
110년 역사를 자랑하는 다롄의 베이처(北車)객차공장과 선양의 화천진베이(華晨杯)자동차공장에서는 ‘국산 브랜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원 총리는 “국산 브랜드의 객차와 자동차가 세계를 누비는 그 날을 위해 더욱 더 노력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 총리는 “기업들은 새로운 제품과 지적재산권 개발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되며 정부도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 총리의 이번 기업시찰은 일종의 기업 다잡기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다. 10대산업 진흥계획 발표 후의 기업 반응 등을 살피는 기회로도 삼았다.
원 총리는 이번 시찰에서 기업인들과 무려 6시간 이상 ‘마라톤회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량후이(兩會) 정부공작보고에서 8% 성장을 다짐한 원 총리 입장에서는 기업들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이다. 올 경제상황이 사실상 원 총리의 정치력에 대한 판가름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중국 안팎에서는 팽배하다. 중국의 한 정치평론가는 “원 총리로서는 올해가 자신의 정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라며 “경제상황 여부에 따라 원 총리의 향후 정치적 입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stinger@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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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순강화(南巡講話) 톈안먼(天安門) 사태와 옛 소련의 몰락으로 위기를 맞은 덩샤오핑(鄧小平)이 1992년 1월18일부터 2월22일까지 중국 남부 선전·주하이·상하이 등을 시찰하면서 시장경제 도입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밝히는 담화를 발표, 개혁·개방정책을 지속해 고도 경제성장을 이끈 촉매제가 됐다.
2009-03-2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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